소라는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사람 키만 한 레고부터, 손바닥보다도 작은 와이어 퍼즐까지. 창고 하나를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기에 어머니가 소라에게 루빅스 큐브를 주셨을 때에도, 다른 물건들에 비해 평범했던 루빅스 큐브는 딱히 소라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루빅스 큐브의 해법을 스스로 알아내기까지는 며칠이면 충분했고,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아버지가 아무리 큐브를 섞어 놓아도 소라는 이를 순식간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시침이 네 시를 가리켰다. 시간을 확인한 소라는 주머니에 장난감 하나를 대충 쑤셔넣곤 운동화로 갈아신은 뒤, 어머니에게 동네의 놀이터로 산책을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소라야." 어머니는 늘 그렇듯 부드럽게 소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늦게까지 놀지는 말고, 저녁 먹기 전에는 돌아오렴."
소라는 고개를 끄덕이곤, 아버지께서 입혀 준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선 얌전하게 부모님께 포옹을 해 드린 뒤 집을 나섰다.
하지만…… 소라는 놀이터에 가지 않았다. 대신, 화단 부근의 그늘진 구석에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개미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아이들끼리 친구를 사귀는 건 쉬운 일이다. 달리기 조금, 축구 조금, 나무 위를 기어 올라가 열매를 따다가 경비 아저씨한테 혼나기를 조금…… 그걸로도 부족하면 싸움을 한 번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법'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소라 또한 그렇게 친구를 사귀고 싶었으나, 소라는 그저 상상만 할 수밖에 없었다. 현실의 소라는 의사 선생님의 당부대로, 격렬한 운동을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됐으니까. 같이 놀자고 다가온 아이들에게 거절의 의사를 몇 번 밝히자, 소라는 자연스레 아이들의 무리에서 따로 떨어지게 되었다.
처음엔 미끄럼틀 주변에서 지켜보는 정도였으나, 점점 더 거리가 멀어지더니 나중엔 서로의 시야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지게 되었다.
"엄마 아빠는 매일 일하느라 고생하시니까, 이런 걸로 걱정을 끼쳐드리면 안 되지. 괜찮아, 혼자 있는 건 진작에 익숙해졌으니까." 이치노세 소라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했다.
햇빛은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옷 위로 어지럽게 흔들리는 무늬를 그려낸다. 화단의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소라의 정신을 잠시 흩트려 놓았다.
불현듯, 개미를 관찰하는 행위도 참으로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미도 친구가 있는데, 자신은 이렇게 화단 옆에 앉아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야 한다니.
숨을 크게 들이쉰 소라는, 시간을 때울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 소라는 주머니 속의 큐브를 꺼내들었다. 손가락을 까딱이자, 여섯 빛깔의 큐브가 현란하게 춤을 추며 섞이다가 다시 맞춰지길 반복했다.
"우와…… 어떻게 한 거야?"
갑자기 나타난 남자아이 탓에 깜짝 놀란 소라는, 하마터면 손에 든 큐브를 떨어뜨릴 뻔했다.
하지만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화단의 꽃들을 폴짝 뛰어넘어 소라의 앞에 쪼그려 앉고선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소라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대단해, 마법 같아." 남자아이가 연신 감탄했다. "나도 똑같은 큐브가 있는데, 아무리 해도 한 면밖에 못 맞추겠더라. 혹시 한 번 더 보여 줄 수 있어?"
소라의 삶에서, 또래의 칭찬을 이렇게 받아보는 건 처음이었다. 빨개진 귀를 들키고 싶지 않았던 소라는 고개를 숙이곤, 더욱 빠르게 큐브를 돌리며 맞추어 나갔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넌 이름이 뭐야?"
"이치노세 소라."
"우와, 아무리 섞어 놔도 다 맞추네. 소라, 넌 천재야!"
남자아이의 목청소리에, 놀이터의 아이들이 삽시간에 몰려들었다. 소라의 그늘진 구석은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되었다. 별 볼 일 없던 화단이 이토록 시끌벅적해진 것은 처음이었다.
큐브는 섞이고 다시 맞춰지기를 반복했다. 소라와 큐브에게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소라는 이런 기분에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런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좋아했다.
"안녕, 난 이가라시 하루나라고 해. 우리 친구할래~?" 여자아이 하나가 다가와 빙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야, 치사하게. 소라는 내가 먼저 알았단 말이야. 내가 소라 절친이라고!" 남자아이는 소라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유치한 주장을 펼쳤다.
그렇게 갈수록 더욱 많은 아이들이 소라에게 다가와 친구가 되어 주었다. 만화 영화, 큐브, 소꿉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라의 내일, 모레, 심지어는 그 다음날까지도 아이들과 약속이 잡혀 버렸다.
소라는 조금 당황했다. 약간의 호기심과 무서움 또한 느꼈으나, 그런 감정은 이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친 기쁨에 덮여 버렸다. 몸은 머리에 앞서서 반응했다. 입꼬리가 올라가며,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더니 목에서부터 맑은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친구를 사귀는 게 이렇게나 기쁜 일이라니, 큐브야말로 최고의 선물이었어!
최고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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