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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1 아이돌 되기

TOP1 아이돌 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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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봤는데 문제가 좀 있네요."
계약서를 정독한 후지타 카나는 앞에 있는 삼십 대로 보이는 프로페셔널한 차림의 여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제가 전에 속해 있던 아이돌 그룹은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회사가 인수되기도 전에 그룹이 해체되는 바람에 몇 개월 동안 트레이닝에도 참여하지 못했고……"
"그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도 이미 고려한 사안이구요." 매니저라 불리는 그 사람은 웃으며 답했다. "이제 후지타 카나씨는 스스로에게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여전히 아이돌이
되고 싶은가요?"
그 한마디가, 카나를 다시 일 년 전 무더운 여름으로 되돌려 보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던 그 시절, 오락실에는 아케이드 음악 게임인 <Lovely Life>가 유행하고 있었다. 게임 마니아였던 카나는 당연히 그 게임을 즐겨했고, 번화가의 오락
실은 그녀가 매일같이 들르는 장소였다.
밝고 귀여운 게임 캐릭터가 무대에 올라 파워풀한 춤을 선보였다. 매 순간 관객들의 즐거움과 응원을 이끌어 내는 그녀들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카나는 그 소녀들과 한
팀이 되어, 눈부신 조명 아래 마음껏 춤추는 자신의 모습을 자주 상상하곤 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을 싫어하는 그 나이대 여자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카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애써 감추는 성격도 아니었기 때문에 'Memory 엔터테인먼트'가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안을 한 것은 그렇게 놀랄 만한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는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계약서에 서명하면서 'sweet heart'의 다섯 번째 멤버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카나는 곧바로 그룹의 트레이닝에 합류하였고, 콘서트 무대 중앙
에 서는 날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게임과는 달리, 리듬에 맞는 컨트롤로 perfect를 만들어 낸다고 모든 게 클리어되는 것은 아니었다. 결국 회사의 능력 부족으로 'sweet heart'는 홍보에 실패
했고, 머지않아 주말이면 무대에서 유행곡을 커버하는 “행사장 가수”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간이 지나도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되지 않았다. 그저 더욱 훌륭한 아이돌이 될 거라 믿으며, 눈앞의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는 훈련만을 할 뿐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꾸기란 역부족이었다. 멤버들은 끝내 이런 냉대를 견뎌 낼 수 없었고, 회사에 대한 다른 멤버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정기 공연에 참
여하는 멤버는 다섯에서 넷, 이어서 셋, 둘… 점점 줄어만 갔다. 그리고 끝내 마지막 멤버를 떠나보내며 sweet heart는 정식으로 해체되었다.
당시의 아이돌 활동은 카나를 캐스팅했던 스카우터의 설명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생활이었다. 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어버린 아이돌은 실업자와 다를 바 없었다. 카나는 아이돌 가수라는
꿈을 포기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도 알지 못했다. 결국 시간이 흐르며, 그녀는 아이돌에 대한 자신감을 점차 잃어갔다.
그리고 바로 지금.
이 매니저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상대방은 조심스럽게 카나의 소속사가 샘 그룹에 의해 인수되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샘 그룹의 대표와 시니어 프로듀서들은 카나의 녹화 영상을 보고 만족해하였으며, 카나를 중심
으로 한 'W.I.N'이라는 새로운 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쥐고 있던 카나는 손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걸 느꼈다. 이내 머릿속에는 화려한 무대가 펼쳐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다. 아이돌이 되겠다는 꿈은 이제껏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아이돌이 되고 싶다.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 다시 한번 도전한다면, 결과는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이번 만남도 이뤄지게 된 것이다.
"후지타 씨?" 카나가 계속 답이 없자, 매니저는 카나의 마음을 조금 더 동요하게 만들고자 했다. “만일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새로운 연습실을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팀이 해체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회사가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경험으로 회사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게 된 카나의 입장에서 새로운 회사의 실력을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매니저의 뒤를 따라 사무실 문을 나섰다.
밝고 넓은 연습실, 첨단 장비를 보유한 녹음실, 엄청난 프로듀서와 엔지니어들…… 모두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녀가 손만 뻗으면 닿을 위치에 있었으니, 이
는 카나의 내면에 남아있던 마지막 망설임을 녹였다.
그녀는 계약서를 건네받는 동시에 보컬, 댄스, 무대 매너 등등 수업 스케줄이 빼곡한 시간표도 같이 전달받게 되었다.
매니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잊을 뻔했네요, 대표님께서는 만일 계약을 수락하신다면, 이제부터는 결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본인이 이 지원
과 투자를 받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요. 음, 순화해서 말씀드린 것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런 뜻입니다."
보아하니, 대표님은 상당히 엄격하신 분인 듯하다.
"걱정하지 마세요, 노력할게요!" 카나의 눈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정상에 서는 아이돌이 될 테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매니저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