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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월 신사로 돌아간다

천월 신사로 돌아간다
신사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저녁 무렵이었고, 노을빛은 우리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내 뒤에 조금 떨어져 걷고 있는 마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player]무슨 생각 해?
[아이하라 마이]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주인님 그림자에 마이 그림자를 겹쳐보고 있었어요.
[player]그래? 요즘 하는 애니 봤어? 그림자는 우리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이래.
[아이하라 마이]마이는 그런 무서운 얘기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림자를 겹치면 저희가 마치……
노을빛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이의 볼이 발그레했다. 마이는 아까보단 긴장이 풀린 것 같았지만, 걸어오는 동안의 애매모호한 분위기 때문인지 조금 부끄러워했다.
[???]냐옹……
[player]응? 이 소리는……
그런 우리 앞에 갑자기 보송보송한 털 뭉치가 나타났다. 푸린이었다.
[아이하라 마이]푸린이에요! 정말 신사에 와 있었네요!
[아이하라 마이]정말이지, 푸린 찾겠다고 주인님이랑 얼마나 돌아다녔는지…… 마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고는 있나요……
[푸린]냥~
푸린은 우리 속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배를 보이며 애교를 부렸고, 역시 애교는 항상 먹혔다. 마이는 겉으론 화를 내고 있었지만, 사실 푸린을 많이 아끼는 게 느껴졌다. 마이는 푸린이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털 사이사이를 꼼꼼히 만져 보았다.
[player]다음에는 위치 추적이 되는 목걸이라도 사 줘야겠어. 그럼 푸린이 어디 있는지도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아이하라 마이]감사합니다, 주인님. 마이가…… 오늘 주인님께 너무 폐를 끼쳤네요.
[player]괜찮아. 푸린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으니까, 나도 편히 잘 수 있겠어.
[아이하라 마이]주인님만 괜찮으시면, 신사에서 잠깐 쉬다 가실래요? 마이가 차를 내올게요.
[player]그래.
[아이하라 마이]네…… 그리고 만약, 만약 주인님께서 괜찮으시다면 마이랑 같이 저녁밥을 먹는 건 어떠세요?
마이는 푸린을 안고선 망설이며 말을 걸어왔고, 큰 용기를 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마이는 먼저 누군가를 초대한 적이 없었는데, 이건 우리가 그만큼 친해졌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player]어? 내가 또 먹을 복은 있네~ 오늘 하루 종일 고생한 보람이 있어.
[푸린]냐아앙!
[player]먹보 고양이, 조용히 해. 네 건 네 주인이 챙겨 줄 거라구.
그렇게 푸린 실종 사건은 마무리되었고, 나는 마이와 신사에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푸린이 어디에 있다 온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사히 돌아왔으니 마이와 나는 안심했다. 최대한 빨리 위치 추적이 되는 목걸이를 달아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