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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바위보로 그룹을 나눈다.

가위바위보로 그룹을 나눈다.
소라에게 최대한 친구랑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생각으로 나는 모두에게 익숙한 게임을 통해 그룹을 나누자고 제안했다. 이로 인해 서로가 더욱 가까워지길 바라며.
소년들은 이 제안에 조금 망설여했다. 몇 번의 어색한 가위바위보를 거쳐 나는 마사오라는 소년과 그룹이 되었고, 소라는 열정적인 미치히토라는 소년과 그룹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상상했던, 서로 친해지는 그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와 마사오가 둘이 다니면서부터, 우리는 '훈훈함'과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그렇게 흘러갔다.
[수호자]두 분의 임무는 간단합니다.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열쇠는 이 작은 얼음조각 안에 있으니, 그냥 이걸 녹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우후후후, 행운의 여신이 두 분을 돕는군요~
눈앞에 있는 사람 키의 절반 높이 크기의 커다란 얼음조각을 보며, 난 깊은 생각에 잠겼다.
[player] '작다'라는 단어를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같은데요?
[수호자]악마의 모습이라고 하기에 이건 분명 작은 물체입니다. 제가 특별히 두 분을 위해 얼음 망치를 준비했으니, 이제 얼음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해 주시죠.
[player]우리를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 주겠다면서, 하는 말은 악마가 따로 없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설마 악마를 깨우기 위한 함정인 건 아니겠지? 마사오, 네 생각은 어때?
[마사오]응.
[player]이번 도전은 완전 육체노동이잖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마사오]응.
일행과 떨어진 마사오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침묵은 금'이라고 했던가, 소년의 대답은 결코 두 글자를 넘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그에게 가까이 가려 할 때마다 그는 불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더 가까워지긴커녕, 지금은 쳐다보는 것조차 사치일 정도다.
열쇠를 얻은 그 순간, 마사오는 도망치듯이 뒤돌아 떠났다. 나는 깨부순 얼음의 흔적이 어지럽게 펼쳐진 그곳에 덩그러니 남겨졌다.
[player]독설을 내뱉던 마사오가 대화 공포증이 있을 줄이야, 미치히토는 얘랑 어떻게 친해진 건지 궁금하네.
[미치히토]으아악~~~~~
홀로 딴생각을 하는 중에 미치히토의 겁에 질린 비명이 벽을 뚫고 내 귀에 들려왔다. 그리고 약 10분 후, 소라는 놀란 미치히토를 데리고 합류 지점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두 사람의 표정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player]무슨 일이야?
[이치노세 소라]나……
[미치히토]내 잘못이야, 내가 이치노세의 발목을 잡았어. 아아,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단서를 조금만 더 빨리 찾았더라면.
이 대화에서 나는 모종의 변화가 생긴 걸 느꼈다, 호칭이 '똑똑이'에서 '이치노세'로 바뀐 것이다. 보아하니,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오해가 생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두 소년의 관계에 섣불리 끼어들었다간 부작용만 생길 수도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기로 했다.
소라 역시 이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앞으로 나아가려다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나 이내 금세 앞으로 나아갔다.
[이치노세 소라]이미 열쇠를 얻었으니까, 빠르게 출구를 열어서 다음 방으로 가자.
[미치히토]맞아 맞아 맞아, 빨리 가자!
두 소년은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함구하며 합을 맞추듯 게임을 진행해 나갔고, 난 궁금함을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렇게 보니, 그룹을 나눠서 소라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만들자는 계획은 실패한 듯했다. 이제 남은 게임이 마지막 희망이었다.
마지막 방에 진입하기까지 우리 넷의 분위기는 결국 좋아지지 못하였고, 소라는 다른 두 사람과 말을 거의 섞지 않았다.
이렇게 소통이 없는 그룹이 과연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고 방을 탈출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안 되겠지.
단서를 찾던 중 함정 스위치를 실수로 건드리자, 함정이 발동되는 소리와 함께 양측의 벽이 좁혀오기 시작했다.
[수호자]오호? 숨겨진 관문을 찾아내셨군요, 정말 '행운'이네요. 하지만 만약 10분 내로 마법진을 가동하지 못한다면 벽에 찌그러질 수도 있으니, 분발하시기 바랍니다. 하하~
[미치히토]뭐지?! 어떡해 어떡해, 살려 줘……!
[마사오]네가 찌그러질 일은 없어, 근데 네가 이 손을 놓지 않으면, 내 팔이 멍들 것 같아.
점점 가까워지는 벽은 상당한 중압감으로 다가왔다, 나조차도 긴장되기 시작했는데, 이 어린 소년들은 오죽할까. 그 와중에 소라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단서를 찾는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공간의 제약은 점점 커져만 갔다. 소년들의 긴장감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시간은 점점 빠르게 흘러가는 듯했고, 결국 우리는 수호자가 알려 준 비밀번호로 방의 출구를 열 수밖에 없었다.
방 밖의 등불이 갑작스럽게 안을 비추자, 어둠에 적응되어 있던 눈이 빛을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하지만 더 괴로운 것은 네 사람의 기분이었다. 결국 외부의 도움을 받아 출구를 열게 되다니, 결국 클리어를 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치노세 소라]실례지만, 마지막 수수께끼에 대한 해석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점원]네. 사실 손님께서는 이미 해답에 근접해 있었습니다. 다만 그중 하나의 단서였던 책 한 권이 친구분에 의해 소파 쿠션으로 떨어져 결국 손님께서 더 이상 추리를 할 수 없게 된 것이죠.
[미치히토]또 내가 망쳐 버렸네…… 정말 미안해, 이치노세.
[이치노세 소라]원래 우리의 승률은 50% 정도였어, 나한테 사과할 필요는 없어.
[미치히토]흠, 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나랑 마사오는 도서관에 가 봐야 해서, 먼저 들어가 볼게.
[player]그래, 조심해서 가.
[미치히토]잘 가, 이치노세.
[一之濑空]잘 가.
두 사람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뒤, 나와 소라는 다시 두 사람뿐일 때의 분위기로 되돌아왔다. 소라가 말이 없자, 내가 먼저 그룹을 나눌 때의 상황을 꺼냈다.
[player]소라, 괜찮다면 너랑 미치히토가 단둘이 있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어? 게임 후반부에서 너희들은 말도 거의 안 했잖아. 이건 친구를 사귀고 싶어 했던 네 바람이랑은 다른 것 같은데.
[이치노세 소라]……
[player]말하기 불편한 거야?
[이치노세 소라]난 그냥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야, 사실 우리 사이에 갈등은 없었어.
[이치노세 소라]우리가 해결해야 할 건 두 사람이 협동해야 하는 문제였어, 근데 나랑 미치히토는 아직 친하지 않으니까, 바로 '지시'를 하면 내가 너무 거칠어 보일 것 같아서 혼자 단서를 찾기로 했지. 근데 그 방엔 너무 많은 단서들이 방안 곳곳에 흩어져 있었던 거야……
[이치노세 소라]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엔 미치히토가 내 주위를 돌면서 질문들을 던졌는데, 내가 바빠 보였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 아마 내가 수수께끼를 푸는 데 정신이 팔려서 신경을 써 주지 못한 탓에 기분이 상했을지도 모르지. 난 빠르게 문제를 풀고 이 어두운 방을 탈출하는 편이 더 미치히토를 기쁘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어. 아무튼…… 내가 일을 망친 것 같아.
소년은 한숨을 쉬며 괴로운 마음을 감추고자 손에 들려 있던 큐브로 주의를 돌렸다. 소라는 사실 지금 누구보다 친구에 목말라 있었다. 단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뿐.
우정은 가장 순수하고 열정적인 것이기에, 이것을 놓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리고 앞서 미치히토가 했던 말들과 상황을 종합해 보니, 난 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 무엇인지 알 것만 같았다.
[player]어쩌면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
[player]넌 미치히토가 어둠을 무서워하는 걸 알고 빨리 수수께끼를 풀어 방을 탈출하려고 했지만, 미치히토는 자기가 계속 질문을 하면 너한테 방해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결국 침묵을 선택한 거야. 근데 여기서 또 네가 오해를 해 버린 탓에 더욱 다가갈 수 없었던 거지.
[이치노세 소라]난 걔가 화난 줄 알았어, 그게 아니라면 정말 다행이네.
소라의 눈썹에 힘이 풀렸다. 그리고 친구들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자, 도로 양측의 나뭇가지들이 바람으로 인해 흔들거리고 있었다. 마치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것처럼.
[점원]손님, 지금 저희 매장에서 신규 이벤트를 진행 중이랍니다. 방명록에 게임 체험담이나 건의 사항을 남겨 주시면, 사용 기간에 제한이 없는 무료 방탈출 체험권 당첨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어쩌면 일전의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챈 것인지, 우리를 맞이했던 직원은 소라의 기분이 풀리는 걸 보고 나서야 초대장을 건넸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순간, 소라가 먼저 종이와 펜을 받아 갔다.
[이치노세 소라]오해였다면 역시 직접 풀어야겠지. 다시 미치히토랑 마사오를 초대해서 방탈출을 하고 싶어. PLAYER, 너도 같이 할 거지?
[player]당연하지, 이번 방탈출은 네 명이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라고.
아무 수확도 없는 오후는 아니었다. 음…… 그럼 이제 혼천 신사로 가서 이치히메쪽 애들이랑 마작이나 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