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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서 말한다

확실히 엄청 열정적이죠. 선배처럼 어떤 사람과도 친하게 지내니까요.
꼭 나를 약간 비꼬는 것 처럼 들리긴 하는데, 뭐, 일단은 칭찬으로 받아들일게.
네가 날 칭찬하다고 해도 이 패는 내가 받아가겠어. 론! 핑후 한판이야.
1판을 내준 형태가 되었다. 시라이시 선배의 손패와 방금은 겨우 네 바퀴 째였다는 것을 고려해보니, 사실 선배는 내가 버린 3만은 무시하고, 456 대기의 삼색동순으로 더 큰 점수를 노릴 수도 있었다.
높은 판을 안 노리고 안전한 방식으로 가시다니, 나나 선배,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후, 알았으면 됐어.
반장전이 끝나고 나와 시라이시 선배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때, 사장님이 미안한 표정으로 우리를 불러 세웠다.
미안한데, 지금 마작 칠 사람이 좀 부족해서 말이야, 원래라면 내가 작탁에 앉아야겠지만, 잠깐 일이 있어서 좀 나가봐야 하거든.
한 명은 계산대를 봐주고, 한 명은 나 대신 잠깐 마작을 좀 쳐주면 안 될까? 지금 가게에 너희들만큼 친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야. 부탁 좀 할게.
문제없죠. 그럼…… 나나 선배는 후배랑 얘기 나누고 계세요. 제가 마작을 칠게요.
후배 군 괜찮겠어? 아까 남4국에서 계속 하품하던데.
그럭저럭 괜찮아요…… 사장님이 돌아올 때까지 방어만 하면서, 큰 판에서 방총만 안당하면 선방이죠.
아이는 선배한테 상담할 게 있어서 온 거잖아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도 실례죠.
아니면 선배가 치는 건 어때요? '후배 군'이 졸려서 눈도 못뜨는 것 같은데, 저는 조금 더 기다려도 상관 없어요.
아이의 말을 들은 시라이시 선배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아이가 저렇게까지 말하니, 후배 군도 가서 좀 쉬는 게 좋겠어. 미안해, 아이. 조금만 더 기다려 줘.
최대한 빨리 돌아올 테니까, 부탁 좀 할게.
사장님이 나가고, 계산대에 앉은 나는 몰려오는 잠을 쫓기 위해 아이와 잡담을 나누었다.
아이는 중학교 때 시라이시 선배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고, 그때 역시 선배는 지금처럼 매우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또 신임을 얻는 그런 나나 선배가 엄청 멋지지 않나요?!
어, 어어……
저도 나나 선배처럼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아사바 고등학교로 온 거예요! 아…… 죄, 죄송해요. 저 혼자 너무 흥분해 버렸네요.
괜찮아. 타인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건 아주 멋진 일인걸.
같은 나나 선배의 후배로서 얘기가 정말 잘 통할 것 같네요! 후배 군…… 아니, 이건 나나 선배 전용 호칭이죠. 저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PLAYER.
PLAYER, 졸리면 같이 친선전이라도 할래요?
하하…… 잠을 깨려고 마작을 칠 거였으면, 내가 테이블로 갔을 거야.
아니면 네 등급전을 봐도 될까? 옆에서 공부한다고 생각하면 잠에서 좀 깰 수 있을 거야.
화제를 찾지 못해 대화가 끊길 바에야, 차라리 등급전을 구경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매칭 버튼을 눌러 게임을 시작했다.
……응? 게임이 시작되었는데, 아이는 자신의 손패 먼저 확인하지 않고 상대방의 자료 화면을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대국 스타일을 파악하고 있는 거야?
아니요, 대국 스타일 같은 건 저는 잘 모르고, 그냥 점수를 좀 확인하려는 거예요…… 음, 이 사람은 포인트가 위험하네요……
포인트라면…… 등급이 떨어지기 직전인 사람은 좀 더 공격적으로 나올 수도 있겠지… 아이는 이런 점을 기반으로 전술을 만든 거일지도 모르겠다.
한 시간 후
미안! 은행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어버렸어! 오래 기다렸지?
괜찮아요. 그럼 이제 계산대 교대할게요.
고마워, 다음 번에 오면 입장료를 무료로 해줄게.
감사합니다, 사장님. 아이야……
아이를 불러 시라이시 선배의 테이블을 구경하러 가자고 하려 했지만, 곧 끝날 것 같아서 부르지 않았다.
아이는 현재 13000점으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동시에 4위인 상대방이 리치를 걸었고, 오야가 아닌 아이로서는 수비에만 전념한다면 안정적으로 Top을 거머쥘 수 있다.
내가 화면에서 잠시 눈을 뗀 그 순간, 아이가 갑자기 위험패를 버렸다! 화려한 화료 연출이 끝난 뒤 상대방은 패를 공개했고, 아이는 배만 방총을 당했다.
아…… 손이 미끄러졌네. 바로 옆에 있던 패를 버리려고 했는데.
아쉽다, 북가의 커쯔를 막았더라면 이런 실수가 없었을텐데… 아이는 어쩌면 다른 사람이 공격하는 걸 걱정해서 초반에 냈던 수패를 먼저 처리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까워라. 그래도 이러면 상대방은 등급이 떨어지진 않을 테니, 선행을 한 셈이 됐네.
나 왔어~ 우리 후배들은 재미있게 놀고 있었으려나?
꽤 재미있었어요. 그럼 전 먼저 가 볼 테니까, 천천히 얘기들 나누세요.
잠깐만, 얘기 같이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나도?
주말에 근처 상점가에서 이벤트 마작 대회가 열려요. 저는 반 친구들이랑 같이 팀을 짜서 참가하려고 하는데, 지금 두 사람이 부족하거든요.
그런 거였구나. 알았어.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김에 후배 군까지 같이 데려가려는 거지?
어? 나도 가는 건가?
맞아요! 나나 선배가 당신이 마작장에 자주 다닌다고 했거든요. 마작도 제법 잘 치겠죠?
내가 잘 치는지 못 치는지는 둘째 치고, 꼭 내가 하루종일 마작만 치는 백수처럼 얘기를……
……아니야?
진심으로 묻는 거예요?
이럴 때마다 쿠츠지가 날 부르던 호칭이 그리워진다. 뭐라고 했었더라? "혼천 신사 무녀의 보호자이자 아사바 고등학교 학생들의 친구, 극단 Soul 의 명예 핵심 멤버……" 이하 생략. 너무 길어!
사소한 것들은 너무 신경쓰지마. 그럼 후배 군은 주말에 시간 괜찮아? 선배랑 팀을 짜고 마작을 친다니, 청춘을 즐길 좋은 기회라구~
제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하지 않아 줘서 정말로 고맙네요. 안 그랬으면 정말로 하루종일 마작밖에 안 하는 백수로 보였을 테니까 말이죠. 주말에는 시간이 비어 있으니까, 아이, 네가 시간이랑 장소를 보내줘.
우리에게 구체적인 시간과 집합 장소를 알려 준 뒤, 아이는 친구들에게 팀원을 구했다는 좋은 소식을 알리며 마작장을 떠났다.
역시 선배랑 엄청 닮았네요. 쉴틈이 없는 친구예요.
하핫, 활기 넘쳐서 보기 좋잖아! 그럼 시합날에 보자고, 후배 군. 시합날에는 오늘처럼 흐리멍텅하면 안돼.
걱정 말고, 대회에서 만나요.
시라이시 선배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구나. 마작 대회라면 나는 그 누구보다 전력을 다할 자신이 있다.
대회 당일,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한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어젯밤에 내린 비 때문에 집앞에 주차된 공유 자전거가 흠뻑 젖은 상태라는 거다.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니만큼, 상점가까지 산책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느긋하게 상점가에 도착하자, 일찍 도착한 나나 선배가 보였다.
좋은 아침, 후배 군. 일찍 왔네.
안녕하세요. 선배도 일찍 오셨네요.
헤헤, 선배보다 일찍 오려면 후배 군은 아직 한참 멀었어.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소리람? 근데 선배는 걸어왔어요, 아니면 뛰어왔어요?
뛰어왔지. 오늘은 공기도 좋아서 운동하지 않으면 손해인 것 같아서 말이야.
저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그럼 걸어서 온 저도 진 건 아니네요.
승부욕이 강하네~ 하지만 대회에 있어서 그런 마음가짐은 아주 훌륭한 태도야! 좋아좋아, 정신이 아주 바짝 들어있는걸!
가자!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이제 우승하러 가보자고!
이렇게 자신만만하다고요?
후후~ 오는 길에 카비 씨한테 점을 봤는데, 오늘은 운이 좋아서 뭐든지 잘될 거라고 했거든.
으음…… 그렇게 좋은 말을 해주다니. 제가 점을 보러 갔다면 또 '이성문제로 어지러워질 상'이니 뭐니 하면서 수상쩍은 부적이나 팔아치우려고 했을 텐데 말이죠.
수상쩍은 부적? 카비 씨는 "운명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라고 다니는 사람인데 부적을 팔고 다닌다니?
지난달부터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단골 손님인 저한테 '운명의 지원'을 해 주겠다고 하던데요. 선배한테는 그런 말 안 했어요?
못 들었어. 최소한 최근 점을 7번 칠 때 동안은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나한테만 그런 거짓말을 한 거야?!
시간 거의 다 됐다, 이제 슬슬 들어가자. 아이를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네? 아이랑 친구도 벌써 와 있다구요?
맞아.
모처럼 일찍 나왔는데, 어째서 다들 이렇게나 빨리 나온 거냐고……
경기 대기실
이날, 우리 팀의 활약은 카비가 친 점의 결과에 부응하듯 좋은 성과를 냈다. 모두의 운도 매우 좋았다. 첫 두 번의 대국이 끝난 후, 우리는 다른 팀의 점수를 크게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 주었다. 이 흐름대로라면 진짜 우승을 하게 될지도?!
대회는 준결승전을 맞이했다. 대장을 맡은 시라이시 선배는 시합이 시작되기 전에 후배를 데리고 도시락을 사러 나갔다. 부장인 나와 다른 후배는 대기실의 벽에 걸린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지켜 보았다.
경기를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리고 말았다……
화료!
화면에는 아이의 하가인 남자아이가 싱글벙글하며 점수봉을 넘겨받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벌써 똑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방총을 당했다.
첫 번째 방총은 스지패, 두 번째는 추격 리치 일발, 방금 전에는 안전패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패를 버렸다.
남자아이의 팀은 꼴등이었는데, 화료를 세번 하면서 3위로 올라갔어. 이제 남1국이니까, 반장전이 끝나면 2위로 올라갈 수도 있어……
나는 각 팀의 점수를 확인했다. 나는 우리 팀의 점수가 많이 앞서기에, 방심한 아이가 실수를 연발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아이가 일부러 남자아이에게 방총패를 내어주고, 다른 두 플레이어의 리치를 방어만 하는 것을 본 나는 나쁜 생각이 들었다…… 설마 아이는 '고의 패작'을 하고 있는 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