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그냥 포기하자.
[-] 숙제장 하나에 풀어야 할 문제의 양이 너무 많았다. 숙제장을 완성하지 못하면 하루나는 돌아가서 또 혼날 게 분명했다.
[-] 그리고 나는 하루나가 새 숙제장을 채워서 거짓말을 감추기보다는 엄마한테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바랐다.
[player] 하루나, 숙제장은 못 찾을 것 같아. 그냥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하고 잘못했다고 하자.
[player] 물론 화를 내시겠지만, 잘못했다고 잘 사과하면 용서해 주실 거야.
[이가라시 하루나] 시…… 싫어. PLAYER, 엄마가 화나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잖아. 난 못 해……
[player] 내가 같이 가서 용기를 줄게.
[player] 내가 옆에 있으면 하루나네 엄마도 그렇게까지 크게 화를 내지는 못하실 거야.
[이가라시 하루나] 하지만……
[길고양이] 먀옹~
[-] 낯익은 길고양이 몇 마리가 순식간에 이가라시 하루나를 둘러싸고 울기 시작했다.
[이가라시 하루나] 다들 왜 그래?
[player] 너를 응원해 주고 있는 게 아닐까? 길고양이들까지 너를 응원하는데 '보스'로서 부하들 앞에서 주눅 든 모습을 보일 거야?
[player] 쟤들한테 만만하게 보이면, 다시는 너랑 놀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
[이가라시 하루나] 그, 그건 안 돼! 윽……
[-] 이가라시 하루나는 나와 길고양이들을 번갈아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이내 그녀가 발을 쿵 하고 굴렀다.
[이가라시 하루나] 하루나는 겁쟁이가 아니야! 지금 바로 가자!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하는 거야!
[player] 응, 좋은 자세야, 하루나!
[이가라시 하루나] …… PLAYER, 나랑 손잡고 가줄 수 있어?
[player] 물론이지.
[-] 이가라시 하루나의 손바닥에 식은땀이 맺혔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최대한 용기를 줬다.
[-] 이가라시 하루나의 집
[-] 집에 돌아와서 이가라시 하루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엄마에게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가라시 하루나] 엄마 미안해…… 하루나가 사실은 숙제를 다 못 해서, 엄마가 검사할까 봐 숙제장을 숨겼는데…… 숙제장을 잃어버렸어……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며칠 있으면 개학인데 숙제장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이가라시 하루나] 흑…… 하루나가 용돈으로 새 숙제장을 사서 다 풀게.
[이가라시 하루나] 엄마 화내지 마. 하루나, 앞으로는 거짓말 안 할게…… 숙제도 제대로 할게……
[-] 이가라시 하루나의 고개가 점점 더 아래로 떨어졌고 목소리도 작아졌다.
[player] 이가라시 부인, 하루나는 이미 자기 잘못을 깨달았어요. 하루나가 열심히 숙제장을 찾아와서 용서를 구하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찾지는 못했어요. 그래도 용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 에휴, 열심히 찾아다녔다는 건 알겠어요. 안 그랬으면 옷이 이렇게 더러워지지 않았겠죠.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알겠어. 고개 들어. 숙제장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 이가라시 부인이 옆에 있는 서랍에서 표지가 다소 더러워진 숙제장을 꺼냈다. 이가라시 하루나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가라시 하루나] 하루나 숙제장이잖아?! 그, 그런데 숙제장이 왜 집에 있어?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주우신 건데, 퇴근하고 시간 내서 일부러 가져다주셨어. 꼭 감사하다고 인사해야 해.
[이가라시 하루나] 진짜 환경미화원 아저씨가 주우셨던 거구나……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네가 돌아오기 전에 숙제장을 보고 대충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했어.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숙제장을 잃어버린 척하고 내 검사를 넘기기만 하면 될 것 같니? 그러면 난 새 숙제장을 사서 네가 숙제를 다시 하게 할 거야.
[이가라시 하루나] 아…… 응, 맞아……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이제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알겠니? 원래 오늘 네가 돌아오면 남은 숙제를 다 하게 하고, 벌로 새 숙제장 하나를 다시 풀라고 시킬 생각이었어.
[이가라시 하루나] !! 엄마, 하루나가 잘못했어!!{var:Shake}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알겠어. 네가 숙제장을 찾으려고 노력했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으니까, 이번엔 용서해 줄게.
[이가라시 하루나] ……정말? 다행이다! PLAYER! 엄마가 하루나를 용서해 주셨어!!!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좋아하지만 말고 빨리 가서 숙제나 끝내. 잘못한 일은 사과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야. 행동으로도 보여줘야지.
[이가라시 하루나] 지금 바로 가서 할게!
[player] 후, 정말 다행이에요. 이제 잘 해결된 것 같군요. 그러면 하루나, 이가라시 부인, 저는 가보겠습니다.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잠깐만요.
[player] 네?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하루나랑 같이 있어 주시지 않았더라면 아마 하루나는 아직 밖에 숨어서 돌아올 생각을 못했을 테고, 이렇게 빨리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저녁 준비가 거의 다 되었으니, 꼭 같이 먹고 가세요. 밥 먹기 전에 하루나도 좀 지켜봐 주시고요……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작은 소리로) 적어도 책상 앞에 앉아있게 해주세요. 몰래 텔레비전 못 보게 해 주시고요.
[player] 아하…… 네, 그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이가라시 하루나] 아휴…… 엄마 말투는 꼭 여름 날씨 같아. 나한테는 번개가 치고, PLAYER한테는 쨍쨍 맑고…… 아아아 하루나가 잘못 말했어, 당장 숙제하러 갈게!
[이가라시 하루나 부인] 거기 서!
[-] 아…… 하루나, 혼나는 것도 재주다……
[-] 마침내 이가라시 부인은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방금 혼난 하루나는 조금 얌전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책상 앞에 앉아 숙제를 했다.
[이가라시 하루나] (작은 소리로) 음…… 이 문제는… 보기가 세 개는 길고 하나는 짧으니까…… C로 하자……
[player] ……
[-] 이런 식으로 숙제하는 걸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안 놓인다……
[player] 하루나, 뭐가 안 풀려?
[이가라시 하루나] 많……아. PLAYER, 하루나 좀 가르쳐줄래?
[player] 그거 때문에 앉아 있는 거잖아. 문제 좀 보자…… 으음.
[이가라시 하루나] 어때? PLAYER, 답 알겠어?
[player] 이, 이 문제 재밌네. 꽤 어려워. 천천히 생각해 봐야겠어……
[이가라시 하루나] 푸흡.
[player] 초등학생 문제는 맞힐 수 있어. 날 얕보지 말라고.
[이가라시 하루나] 하루나는 그거 때문에 웃은 거 아냐. 정말 신나서 그래. 역시 하루나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어. PLAYER, 널 믿으면 행운이 와!
[player] 뭐?
[이가라시 하루나] 엄마한테 용서를 구하니까 하루나를 바로 용서해 줬잖아. 역시 네가 맞았어, PLAYER!
[player] 그 말이었구나…… 그러면 다음번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도 제일 먼저 나랑 상의해. 혼자 무턱대고 행동하지 말고. 알겠지?
[이가라시 하루나] 응! PLAYER, 고마워. 넌 하루나의 제일 제일 친한 친구야!
[player] 별말씀을. 그러면 열심히 숙제하자.
[이가라시 하루나] 좋아!
[-] 이가라시 하루나의 얼굴에 평소같이 태양처럼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 미소를 다시 본 것만으로도, 앞으로 남은 문제들과 싸울만한 가치가 생긴 것 같다.
Character:
categoryStory: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