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기다렸지 귀여운 녀석들, 여러분의 시라이시 나나가 왔다고."
매일 동아리 활동이 끝나고, 시라이시 나나는 체육 창고에 남아 각종의 공들을 정리했다.
"유후, 깨끗해졌네, 착하지." 시라이시 나나는 마치 반려동물과 교감이라도 하는 것처럼 깨끗이 닦인 배구공을 볼에 부벼댔다. 처음에 그녀는 학생들이 사용한 후 구석에 쳐박
혀지는 공들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 공들을 보고 있자면, 길 위에서 마주친 사람이 잠깐 놀아주다가 결국 그 사람이 떠나면 결국 골목길로 자취를 감추는 작은 동물들을 바라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적극적으로 이 '동글이'를 관리하기로 했다.
처음의 동정심, 청소 후의 성취감, 구장에서 교차하는 '우정'. 이런 요소들이 혼합되며, 시라이시 나나의 마음속에 불필요한 감정을 싹틔웠다.
손에 들린 공은 시라이시 나나의 눈엔 더 이상 죽어 있는 사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장의 활기 가득한 생명체였다. 그녀는 갖가지 공들의 특징을 기억하고, 그것들에게 서로
다른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마치 진짜 반려동물을 쓰다듬듯이 그것들을 어루만지며 그들의 구장에서의 활약을 칭찬했다.
시라이시 나나는 이런 행위가 타인에게 있어서는 기이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방과 후의 체육 창고다, 이 장소에서는 그녀의 즐거움을 방해할 사
람이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등 뒤에서 나타난 니노미야 하나를 발견했을 땐, 이미 모든 게 늦은 상황이었다.
"…… 괜찮아, 나는 이해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대한 1차적인 이해를 끝마친 뒤, 니노미야 하나는 그렇게 말했다.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인지, 니노미야 하나는 드디어 지금의 시라이시 나나가 얼마나 난처한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평소의 활발했던 모습을 생각해 보자면, 니노미야 하나는
자신이 알아선 안 될 비밀을 알게 됐다고 느꼈다. 어쨌든 그녀는 지금 후회하고 있다. 인사하러 이곳에 온 것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니노미야 하나는 바로 뒤돌아 도망치고자 하는 충동을 억누르고, 상황에 맞는 미소를 지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동시에 어떻게 지금의 침묵을 깨뜨릴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
었다. 시라이시 나나는 그녀와 같은 투명 인간에게 인사를 하러 오는 몇 안 되는 적극적인 사람 중 하나다, 그렇기에 난처한 그녀를 홀로 남겨둘 수는 없었다.
"그, 그래, 잘됐다, 하나가 이해해 준다니……"
"나도 자주 그래, 이상할 거 없어." 상대방이 주도적으로 침묵을 깨오자, 니노미야 하나는 안도하며 자리를 뜨려 했다, 그러나 배구공 하나가 곧바로 그녀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
"후…… 하나한테 이상한 사람처럼 보여질까 봐 걱정했는데, 하나도 공을 좋아할 줄이야. 이제 동료가 생겼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오해야…… 바로 앞에 있는 흥분에 찬 빛나는 눈동자를 마주하며, 니노미야 하나는 변명을 도로 삼켰다. 시라이시 나나는 그녀에게 '폭신이'라는 이름의
공과 함께 놀 것을 요청했고, 그러다가 다시 바닥에 앉아 다른 '동글이'들을 닦기 시작했다.
니노미야 하나는 멍하니 배구공들을 쓰다듬다가, 똑같이 수건을 집어 들고선 다른 공들을 닦는 걸 돕기로 했다……
"작다 작다 공공공, 둥글다 둥글다, 구른다 구른다, 통통통, 점프, 점프, 귀여워 귀여워, 에헤헤."
"꼬, 꼭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건가……" 니노미야 하나는 불안한 눈빛으로 창고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목격한 사람이 없기를 기도하며……
내 귀여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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