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here

野生

야생
categoryStory: 
Story: 
Character: 
levelBond: 

"사라야, 또 거절했다고?"
"맞아~"
사라가 'Soul'의 메인 댄서로 순회 공연을 하게 되면서, 종종 다른 극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분은 아마, 벌써 세 번째 찾아온 거지? 거의 '삼고초려' 수준이네, 너한테 푹 빠진 거 아냐? 처음부터 널 주연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던 말이 농담은 아니었나 본데, 아깝지 않아?"
사라를 스카우트하러 온 극단 중에는, 이번 방문처럼 유명한 극단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성의 넘치는 제안마저도, 사라는 정중히 거절하고 있었다.
"그런 질문은 좀 슬픈데~ 혹시 'Soul'에서 이제 내가 필요 없는 거야? 단장."
"허허허~ 네가 나가면, 어딜 가서 너만 한 메인 댄서를 찾을 수 있겠어. 난 그저…… 네가 더 좋은 무대에 설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뿐이란다. 네 재능에 비하면 'Soul'은 잠깐 거쳤다 가는 인생의 정류장에 불과하니까. 만약 네가 원한다면……"
"더 좋은 무대라……" 사라는 일전에 받아둔 명함을 꺼내들곤,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가장 좋은 것이, 꼭 최선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냥." 가느다란 고양이 울음소리에 의해, 두 사람의 대화는 끊겼다. 사라가 고개를 숙이자, 발밑엔 어느샌가 몰래 온 검은 털 뭉치가 보였다…… 미쨩이 돌아왔다.
미쨩이라고 불리는 반려묘는, 얼마 전 먹이를 한 번 챙겨준 이후로 극단에 머물게 되었다. 하지만 반려묘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했다. 녀석은 여전히 야생의 습성을 가지고 있었고, 자주 집을 나가서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극단에서 동물에 대해 가장 해박한 시릴라조차도, 녀석의 행적을 예측할 수는 없었다.
미쨩이 사라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빙글빙글 돌기에, 그녀는 녀석을 쓰다듬기 위해 쪼그려 앉았다. 하지만 그 검은 고양이는 곧바로 고개 돌려, 으쓱거리면서 자리
를 떠나갔다.
그저 사라에게 자신이 돌아온 것을 알리려고 했을 뿐, 딱히 애교를 부리러 온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허허허, 사람이랑 친하지 않은 건 여전하네, 저 녀석."
"흐흠, 하지만 그것도 나름 귀엽지 않아?"
사라는 사람과 가까운 듯하면서도 거리를 두는 미쨩의 태도가 녀석의 매력이라고 느꼈다.
"고양이는 좀 거친 편이 좋지."
처음 미쨩을 데려온 후, 사라는 고양이 기르는 법을 배우기 위해 친구를 찾아갔었고 그곳에서 친구의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복스럽게 통통한 고양이는 딱 봐도 주인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듯했고, 잘 정리된 하얀 털은 마치 풍성한 느낌의 스커트를 입혀 놓은 것만 같았다. 고양이는 귀
엽긴 했지만 활기가 부족한지, 종일 귀부인 같은 자태로 게으르게 자신의 보금자리에 누워만 있었다.
그날은 날씨가 좋았다. 마침 고양이가 계속 창밖을 바라보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라는 친구에게 고양이 산책은 언제 갈 것인지 물었다. 하지만 친구는 고양이가 겁이 많아서 집 밖으로 나가면 항상 전전긍긍해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옷 좀 봐, 전에 얠 데리고 나갔을 때 잡아 뜯긴 거야. 이 아이는 바깥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너무 낯설어해서, 내 품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해."
자신에게 몸을 비벼대며, 애교를 부리며 간식을 달라는 고양이를 보면서 사라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만약 이 조그만 녀석이 지금의 안락한 생활에서 벗어
나게 된다면, 스스로 발톱을 가는 방법은 떠올릴 수 있을까? 아니면, 결국 당황만 하다가 그대로 끝나게 될까?
물론, 사라는 이것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라의 친구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기에 자신의 반려묘와 끝까지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안락한 생활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사라를 스카우트하러 왔던 극단들은 모두 최고의 대우를 약속했었다. 그리고 사라 또한 그들의 홍보가 있다면 자신이 훨씬 많은 것들을 손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무대는 사라에게 있어 지나친 안락함이었다. 사라는 자신이 그런 편안함에 익숙해져, 혹여 나태해지지는 않을지 좀처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의 팀을 떠난 뒤에도 자신이 야외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있을지도 더욱 확신할 수 없었다.
"단장이 말한 대로, 'Soul'은 내 인생에서 잠시 거쳐가는 정류장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 스카우트 제안들은…… 적어도 지금의 난, 그 제안들이 나의 종착역이
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
확실히 'Soul'에서의 생활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사라는, 그렇기에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낼 수 있다고 느꼈다. 다음 공연을 이어갈 수 있
도록, 매 공연마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
생존을 위한 춤사위.
고양이는 역시, 좀 거친 편이 좋다.
그리고, 댄서의 삶 또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