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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のまま大人しくしている

Character: 

“두사람, 앞으로 외출할 땐 조심하고, 오해 살 만한 행동은 삼가도록 해요, 알겠나요?”매니저님이 나와 카나에게 지적을 하던 장면이 아직 생생하다.
카나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나는 잠시간 고민의 시간을 가진 뒤에 가만히 있기로 결정했다.
[아카네]정답은…… 영화관?
[MC]아카네 씨, 축하드립니다. 정답입니다!
카나가 아직 골똘히 생각하던 찰나, 아카네가 한발 앞서 정답을 맞히며 게임의 최종 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카나는 안타까움에 팔을 늘어뜨리며 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 다시 한발 멀어져 버린 것 같네.
[MC]아카네 씨, 승자로서 다음 곡의 제목을 말씀해 주시죠.
[아카네]감사합니다. 다음 곡은, 저희에게 있어서 의미가 아주 큰 곡이에요.
[아카네]이 곡은 전에 여자 아이돌 스트리밍 순위에서 기적을 만들었던 곡입니다. 또한 이 곡을 기점으로 저희가 많은 분들께 알려지게 되었죠.
[아카네]여러분의 격려와 믿음이, 바로 저희가 오늘날까지 걸어올 수 있었던 동력이 되어 주었답니다. 저와 카나, 그리고 미야. 모두가 이 곡으로 여러분의 응원에 보답하고자 해요. 저희의 데뷔곡,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주제가인 <무지개 빛>입니다.
[MC]아카네 씨, 감사합니다. 그럼 모두 같이 W.I.N의 <무지개 빛>을 들어 보도록 하죠!
[후지타 카나]그날, 햇빛 아래 첫 만남, 추억이 되어 버린 무지개──
[아카네]헤일로 속의 네 모습은, 점점 흐릿해져 가는데──
[미야]만일 내가, 크게 “Hello”를 외치면, 너는 미소 지으며 나에게──
[후지타 카나]널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무대 위의 조명이 일곱 가지의 빛깔을 만들어 내며, 닿을 수 없는 하늘 끝에 무지개를 그렸다. 그리고 카나와 미야가 각각 무대 양 끝에 설치된 승강기에 올라타 리듬을 타며 춤을 추었다.
[player]응? 아카네는……?
[팬 A]열기구다! 팬들이 투표해서 선택된 아이디어야, 정말로 실현됐어!!!
[player]응?
귓가에 연속으로 터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카네가 하늘색 열기구에 앉아 콘서트장을 돌고 있었고, 무지개 빛 조명과 어우러지며 가사 속 '두근거림'이란 단어가 다시 한번 심금을 울렸다.
[player]이게 일등의 “특별 보상”이었네, 확실히 카나가 좋아할 만한 서프라이즈야…… 응? 무슨 진동이지?
[player]전화? 음…… 카나?!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곤 무대를 쳐다보았다. 카나가 벌써 승강기에서 내려와 안무에 따라 전화 거는 동작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어서 난 “후지타 카나”라는 이름이 떠 있는 휴대전화를 쳐다보며, 그녀가 무대 위에 가지고 올라간 전화기가 진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카네]아무도 모를 머나먼 미래에, 나는 무지개가 있다고 믿어.
[미야]무지개가 비추는 꿈이 점점 선명해져.
[후지타 카나]조심스럽게 너의 전화번호 누르면, 너는 미소 지으며 내게 말해──
미야&아카네
[미야&아카네]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 보자!
[player]너…… 너무 대담한 거 아냐? 카나……
나는 고개를 저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그녀와 함께 트러블을 만들어 내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휴대폰의 진동은 멈추지 않았고, 카나는 더욱 대담하게 무대 끝으로 다가와 VIP석에 앉아 있던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강렬하고도 집요했으며,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겐 한 치의 후퇴도 허락되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곁을 맴돌고 있었지만, 지금 카나의 눈에는 나의 모습만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았다. 엉켜 있던 나의 마음은 그저 조용히 가라앉았고, 카나는 이미 날 향해 아홉 걸음이나 다가온 상태였다. 마지막 한 걸음은 내가 완성해야만 한다.
나는 생각을 하던 와중, 결국 카나의 전화를 수락하고 휴대폰을 천천히 귓가에 갖다 대었다. 이어서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현장의 음악 소리와 뒤섞였고, 소녀의 진심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
[후지타 카나]너에게 닿기까지 이제 조금이지만, 앞으로 갈 용기가 부족해.
[후지타 카나]너의 손을 잡기까지 이제 조금이지만, 너의 대답이 필요해.
[후지타 카나]이미 정해진 너를 향해 달려, 나는 알고 있어. 따듯한 색이 가득한 미래──
그 노랫소리는 마치 새의 지저귐과도 같이 청초하고 달콤하게 귀를 울리며, 사람의 영혼을 뒤흔들었다. 치명적인 유혹이 담긴 목소리였다.
아름다웠던 과거의 시간이 노래를 따라 펼쳐진다, 그것은 마치 길게 펼쳐진 화랑의 그림들처럼 나의 뇌리에 흘러들었다. 애교를 부리는 카나, 장난을 치던 카나, 결의에 찬 모습의 카나, 천사 같은 카나……
[미야]모든 무지개 빛──
[후지타 카나]모든 그리움이──
[후지타 카나]우리의 첫 번째 두근거림을 비추고 있어──
[아카네]모든 무지개 빛──
[미야]모든 그리움이──
[아카네]우리의 미래처럼 모여들어──
[W.I.N]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기억 속의 카나와 무대 위에서 비할 바 없이 빛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서서히 겹쳐지기 시작하며,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날 향한 카나의 믿음을 의심했던 자신을 비웃으며.
수만 명이 둘러싼 공연 속에서도, 카나는 여전히 재빠르게 나의 감정을 캐치했다. 그녀는 어떤 순간에도 나를 우선시했다, 그리고 그 진심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노래가 끝나간다. 끝내 나의 대답을 듣지 못한 카나는 초조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감정을 추스르고, 휴대전화를 통해 살며시 회답했다.
[player]그래, 카나. 함께 미래를 만들어 나가 보자.
그 순간, 소녀의 눈은 무지개 빛보다도 더욱 반짝였다.
아쉬움이 남았던 팬들이 연신 “앵콜”을 외쳐대고, 카나, 미야와 아카네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무대 위로 돌아와 몇 개의 곡을 더 선보이며 간신히 팬들을 진정시켰다. 그렇게 무지개 빛 콘서트는 팬들의 거대한 함성과 함께 막을 내렸다.
W.I.N의 멤버들이 다시 무대 뒤로 돌아갔다. 빛을 잃은 무대는 다시 어둠 속에 잠겼지만, 나의 마음은 오히려 낮보다도 더 밝아져 있었다. 내게는 이미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한 줄기 무지개 빛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