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불안하다
……
[조셉]……어째서 갑자기 말이 없지, My Friend? 왠지…… 심각해 보이는데?
[player]별거 아냐. 그저 네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보물을 떠나보냈는지, 그리고 떠나보낸 것들은 무엇인지, 값은 얼마나 나갔을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어.
[조셉]Let me see~ 아마 '탐험 기병'을 일곱, 여덟 편은 더 찍을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일지도?
[player]와…… 놀랍네. 그렇게 생각하니 더 아까워.
[조셉]떠나보낸 물건들을 계속 생각해 봤자 소용없어. 세상은 크고,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보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그러니 아쉬울 건 없다고, My Friend.
[player]맞는 말이야. 응? 누가 문을 두드리는데, 배달인가? 내가 가 볼게.
……대충 넘겼군.
역시 탐험가의 관찰력은 예사롭지 않다. 짧은 침묵이었는데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채다니.
사실 거짓말이었다. 방금 전의 침묵은, 조셉의 말을 듣고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그의 탐험에 대해 가진 사고방식, 나아가기 위한 희생, 이런 대범한 행동들은 존경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와 선을 그으려는 과감함 때문에, 나와 그의 우정에 대해서 불안함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가 이한시에서 만든 인간관계도, 어느 날 그의 여정에 있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만약 정말 그렇다면…… 조셉은 이 '과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간식과 음료를 꺼내고, 우린 다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방금 전에 떠오른 불안감과 의문이 머릿속을 계속 맴돌아 영화에 집중하지 못했다.
답을 알 수는 없었다. 아니…… 생각하기가 두려웠다.
물론 조셉에게 말도 꺼내지도 못한 채, 시간은 흘러갔다……
같이 영화를 봤던 그날 이후로, 오랜 시간 동안 조셉을 볼 수 없었다. 오죽했으면 많은 사람들이 마작할 때 그가 호탕하게 웃는 모습을 그리워할 정도였으니까.
그는 바쁜 탐험가였기에 만나기 힘든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날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면 자꾸만 마음이 불안해진다.
혹시 그가 이 도시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지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고, 이후 마작을 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지만, 그때 나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player]뭐? 조셉이 이한시를 떠난다고?
[후지타 카나]아직 정해진 건 아냐. 며칠 전 해외에서 비즈니스 제안을 해 왔어. 조셉을 그쪽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섭외하고 싶다고 말이지.
[player]아아, 출장이구나……
[멍지로]그 목소리 큰 형씨가 이한시를 떠나려는 거냐? 그 형씨 때문에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제 같이 마작을 못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섭섭하네멍.
[player]이상한 소리 하지 마. 조셉은 일 때문에 잠깐 떠날 뿐이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건 아니잖아.
[후지타 카나]그건 모르겠네. 그 회사, 규모는 우리보다 작지만 사장님 인맥이 대단하다고 들었어. 조셉이 가 보지 못한 곳에서 촬영하게 해 줄 수도 있겠지.
[후지타 카나]게다가 조셉도 그 사장과 아는 사이처럼 보였는데. 엄청 들떠서 오랜만에 만난다고 했었어. 아 맞다, 그리고 며칠 전에 조셉이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사장실에 들어가는 걸 봤어…… 리치. 내가 볼 땐 정말 떠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player]그, 그렇구나……
[멍지로]아는 사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군. 멍? [player], 왜 이런 패를 두는 거냐멍.
[player]에? 카나, 언제 리치한 거야? 큰일이네. 게다가 리치패 옆에 있는 걸 쳐 버렸네.
[후지타 카나]선배~ 이럴 때 모른 척 패를 물려선 안 되는 거랍니다~ 바로 이거다, 일발!
어쩔 수 없다. 집중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어디 보자, 리치 일발, 거기다 이페코 타카메……
……
조셉이 이한시를 떠나려 한다고?
[후지타 카나]응? 선배, 1000점을 더 줬는데? 내가 정직한 아이돌이라서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었다면 되돌려 주지 않았을 거야.
[player]으음…… 고마워. 미안하지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이번만 끝나면 먼저 일어날게.
[조셉]보기 전까지는 평범한 가족의 추억 비디오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지. 그렇다면 어째서 '청춘'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 해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였어.
말을 꺼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또 하네만을 하고 대충 대국을 마무리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개월이 또 지나갔다. 날씨도 점점 추워지고 있다. 이번 달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주 눈이 온 듯하다.
이때도 역시 조셉을 볼 수는 없었다. 어쩌면 카나가 말했던 것처럼, 그는 알게 모르게 이한시를 떠나 버린 걸지도 모른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그는 이번에도 거리낌 없이 '과거'와 작별을 한 것일까……
[배달원]안녕하세요, 물건 여기 있습니다. 무거울 텐데 혼자서 괜찮으시겠어요? 집까지 배달해 드릴까요?
[player]감사합니다. 혼자 가져갈게요. 직접 가져가지 않으면 "선물"이라고 할 수 없을 테니까요.
크리스마스이브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 조셉은 모두를 속이고 산타클로스 분장을 한 채 시간에 맞춰 헬리콥터를 타고서는 신사로 왔었다. 그건 정말이지 우리에게 큰 깜짝 선물이었다.
이치히메는 올해도 기대를 하는 모양이다. 올해는 주인인 내가 산타클로스가 되어 주어야겠다. 이것 때문에 며칠간 고생했다. 피 같은 지출까지…… 그래도 모두가 즐겁다면야 괜찮겠지.
너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조셉.
사실, 난 그처럼 순수하지 않다.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나 자신을 속일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조셉이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는 착각을 가질 수 있도록……
[산타클로스]Merry Christmas! 즐거운 밤 되시길 바랍니다! My Friend!
[player]감사합니다. 당신도 즐거운 밤 되세요.
[산타클로스?]근데 당신은 왜 즐거워 보이지 않는 거지? 하하하~!
어…… 이, 이 웃음소리는 설마?!
뒤를 돌아보니, 방금 지나쳤던 산타클로스가 분장용 수염을 떼어 내고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호탕함이 담긴 익숙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조셉]오랜만이야, 크리스마스가 왔다고! 즐거워해야지! My Friend!
……
나는 잠시 멈칫했다가, 그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조셉]응? My Friend, 뭐 하는 거지?
[player]꿈인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거야.
[조셉]하하하! 그럼 네 볼을 꼬집어야 하지 않나? 그리고 꼬집는 것치고 너무 약하다고……
[player]아, 그럼 이렇게.
[조셉]이상한 말이군, 난 계속 이곳에 살고 있었는데 말이야.
[조셉]Ow?! 아파, 아파…… Give up! Give~up~!
[조셉]후…… Friend. 정말 아팠다고……
[player]일단 작은 벌이라고 해 두자.
[조셉]작은 벌?
[player]그…… 일단 됐어. 넌 이한시를 떠났던 거 아니었어? 크리스마스 때문에 돌아온 건 아니겠지?
[조셉]아니야. 어디서 그런 말을 들은 거야?
나는 조셉에게 그날 마작을 하며 나눴던 얘기들을 말해 주었다. 그는 쓴웃음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셉]그렇게 된 거였군. 꼬마 아이돌이 한 얘기가 맞아. 나를 초청한 사람은 나의 오랜 친구였지. 그래서 프로그램 진행을 한 시즌만 도와주기로 했어. 하지만 내가 그쪽으로 옮겨갔다는 건 큰 오해라고.
[player]하지만 갑자기 몇 개월 동안 사라졌잖아, 누구라도 떠난 줄 알았을 거라고.
[조셉]미안하게 됐군, My Friend. 하지만 일부러 연락을 끊었던 건 아냐, 해외에서 작은 문제가 있었지. 나랑 스태프들 모두가 무인도에 갇히고, 전자기기도 모두 바다에 빠져 버렸으니까.
[조셉]그 무인도에서 수개월 동안 구조를 기다리다가 겨우 지나가던 배에 구조됐어. 원래는 바로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내 친구가 길게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요해서 지금에서야 돌아온 거야.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맞춰서 왔으니 다행인 거지.
……
[조셉]……믿기 힘들겠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My Friend.
[player]아니, 믿어. 그냥 이런 사고를 작은 문제라고 말하니까, 한 소리 해 주고 싶을 뿐이지……
[player]그래도 아무 일 없다고 전화라도 했어야지.
[조셉]그렇게 해서 너희를 걱정시키는 것보다, 이렇게 만나서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았어.
[player]그 말도 맞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이치히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우선 신사로 가자.
[조셉]OK! 이번에도 선물을 준비했다고. 다들 기뻐할 생각을 하니 기대되는군!
[조셉]그러고 보니 My Friend, 네게 줄 선물이 모자라는군. 갖고 싶은 거 있어? 걱정하게 했으니, 갖고 싶은 게 있다면 뭐든 말해보라고!
[player]급한 일은 아니니까, 가면서 얘기하자.
[player]그러고 보니 조셉, 그쪽 회사로 옮길 생각은 전혀 없었던 거야?
[player]카나의 말을 들어 보니 그 회사도 상당하던데. 네가 가 보지 못한 곳으로 보내 줄 수도 있다고 했어, 마음이 혹하지는 않았어?
[조셉]이번 사고로 그 친구가 너무 놀라서 탐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을 완전히 접어 버렸어. 내가 가고 싶다 해도, 방법이 없지~
[조셉]역시 우리 Boss가 더 박력이 있어. 내가 아무리 막 나가도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니까 말이야. 갈 수 없는 곳도 있겠지만, 여기서 일하는 게 더 자유롭다고.
[조셉]그리고 여기서 이미 몇 년을 살았는데, 너랑 친구들을 봐서라도 그렇게 쉽게 떠날 수는 없지.
[player]……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아? 우정이 그 보물들처럼 너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네가 추구하는 이상에 장애물이 되는……
[조셉]……미안, My Friend. 잠깐 기다려 주겠어? 불 좀 붙일게.
조셉은 발걸음을 멈추곤, 고개를 살짝 숙여 담뱃불을 붙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의 시선을 따라 끝까지 가다 보면 이한시의 항구가 나올 것이다.
[조셉]내가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는 했지만, 모든 추억을 다 똑같이 취급한다는 뜻은 아니었어. My Friend.
[조셉]Grandpa가 살아 계실 때 자주 하시던 말씀이 있지. 배가 바다 위에서 편안하게 떠다닐 수 있는 이유는, 결국 항구로 돌아갈 것을 알기 때문이라더군.
[조셉]내게 있어 이한시는 마치 항구 같아. 내가 어디를 가든, 여기에는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까~
말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그저 몇 마디만으로도 수개월간 요동쳤던 감정들을 가라앉게 해 주었다…… 아니, 이건 그의 말이 가진 힘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 남자가 보여주는 진심은 안도감을 준다.
[조셉]그리고 잊지 말라고, 우린 같이 '탐험 기병'의 신작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었잖아?
[player]그럼 보고 난 후에는?
[조셉]그럼 또 새로운 약속이 생기겠지. 우린 계속 함께할 거야, My Friend.
신사 입구에 도착하자 멀리서부터 음식 냄새가 풍겨 왔고, 안쪽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player]사람이 많이 온 모양이야, 빨리 들어가자. 우리가 마지막이야.
[조셉]Wait! My Friend. 어떤 선물을 가지고 싶은지 생각해 봤어?
[player]선물이라. 아, 깜빡할 뻔했네.
[player]하지만 이런 건 주는 사람이 고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조셉, 설마 나한테 뭘 줘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런 거야~?
[조셉]내가 선택하라는 말인가. 하하하! 아주 좋군!
[조셉]사실 이미 다 생각해 뒀다고. 난 너를 탐험에 초대하고 싶어. 괜찮다면 시간을 내서 나랑 탐험을 떠나 보겠나?
[player]가……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조셉]갑작스럽겠지만, 그 무인도에 있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
[조셉]나는 그 무인도에서 재미있고 신선한 경험을 많이 했어. 너도 전에 내 보물들을 보고 싶다고 했었지? 상상만 해서는 역시 재미가 없으니까, 차라리 너를 데리고 대자연으로 가서 보물을 찾는 즐거움을 맛보게 해 주는 편이 좋을 것 같더군.
[조셉]그러니 Friend…… 네가 내 여행의 Partner가 되었으면 해. 받아 주겠어?
[player]……그럼 그런 '작은 문제'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보장해 줘야 해. 난 그런 허허벌판에서 몇 개월이나 버틸 자신이 없다고.
[조셉]내가 초심자를 위한 여행 코스를 준비해 줄 테니 안심하라고! 그럼 이제 들어가자. 이렇게나 많은 선물을 준비했다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군.
[player]기다려 조셉, 아직 하지 못한 말이 있어.
이 말을 진작에 꺼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쳐 계속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으로서, 나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할 자격이 있다……
[player]돌아온 걸 환영해, 조셉.
[조셉]……하, 하하하! 내가 돌아왔다! [p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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