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レーウェンに反論する。

이 말은 히데키의 마음속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것과 같았다. 비록 히데키가 레빈의 말에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기분이 좋지 않으리라는 사실 정도는 감지할 수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갑자기 몸을 움직여 떠나려는 기수를 불러 세웠다.
[player]기다려 주세요!
[레빈]혹시, 뭔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을까요?
레빈은 히데키 이외의 사람에게는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다. 그는 모자를 벗으며 나에게 흔히 알려진 '기사들의 인사'를 건넸지만, 그것은 끝내 나의 분노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player]아케치 히데키에게 사과하세요.
[레빈]사과…… 그에게? 친구분, 혹시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player]방금 당신이 한 말,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나요?
[레빈]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제가 감히 아케치 가문을 건드릴 수는 없겠지만, 이 일에 관해서는 제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군요.
[레빈]말을 사육하는 일이 귀족들만의 유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수의 중도 하차는 기수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합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었던 말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레빈은 말 위에 탄 채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자가 그가 타고 있던 말의 그림자와 겹쳐지며 바닥에 넓은 웅덩이 같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었다.
[레빈]너의 승낙이라니, 굉장히 이기적인 행위가 아닌가?
“당연히 아니지, 그쪽이 뭘 안다고!”라며 내가 반박하려 하던 와중에… "쿵!" 물건을 옮기고 있던 스태프의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화물이 바닥에 떨어지며 큰 소리를 내었다.
여기가 다른 장소였다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겠지만, 승마장에서는 굉장히 큰 실수였다. 이내 훈련장에 흩어져 있던 말들이 놀라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마침 조련사들이 옆에 있었기에 말들이 금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또 하나의 복병이 남아 있었으니……
[레빈]진정해, 저건 널 해치지 않을 거야. 레드 볼트! 저기 봐, 화물들도 이미 다 정리되고 있잖아!
레빈과 그가 새로 들여온 말은 그 모습으로 보아 아직 유대관계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한 듯했다. 비록 그는 화물을 가리키며 고삐를 트는 식으로 말의 주의를 분산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는지 '레드 볼트'라고 불리는 적색 말은 계속해서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만약 레빈이 경험이 풍부한 기수가 아니었다면, 상황은 한층 나빴을지도 모른다.
레드 볼트의 지속적인 움직임이 그 긴장 상태를 나타내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였는지, 히데키는 나를 본인의 뒤로 끌어당기며 말발굽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멀리 있던 스태프들도 이곳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현 상황으로선, 우린 그저 그들이 도착하기 전까지 레드 볼트가 통제를 벗어나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랄 뿐이었다.
레드 볼트
[레드 볼트]푸릉, 푸릉……
띠링~ 띠링~
그런데 긴장이 고조되던 그 순간, 갑자기 어딘가에서 리드미컬한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리의 근원은 히데키의 휴대폰이었다. 히데키는 점차 휴대폰 볼륨을 키우며 레드 볼트가 충분히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아케치 히데키]레빈, 리듬에 맞춰.
[레빈]……네가 말 안 해도 알아!
그러자 신기한 상황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레드 볼트는 규칙적인 리듬 속에서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었고, 모든 게 해결되고 난 뒤 히데키는 휴대폰의 음악을 멈추었다.
[player]이게…… 무슨 일이야?
[아케치 히데키]그냥 메트로놈을 응용한 휴대폰 어플을 썼을 뿐이에요.
[아케치 히데키]규칙적인 박자는 말의 걸음을 리드미컬하게 만들어 주죠, 이걸 활용하면 기수가 말의 기분을 안정시키게끔 도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경험이 풍부한 기수들은 만약을 대비해 휴대폰에 이런 어플을 설치해 두곤 한답니다.
[player]그랬구나.
[레빈]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레드 볼트는 안정을 되찾고 다시 온순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레빈은 말에서 내려 우리 두 사람 앞으로 다가온 뒤, 복잡한 눈빛으로 히데키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케치 히데키]물론이지, 승마는 내 삶의 일부야. 이것만큼은 영원히 잊지 않을 거야.
[player]흠, 사실 히데키가 종종 시간을 내서 승마장에 오지 않았다면, 그쪽과 마주칠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레빈]…………
프로 불편러'는 사실 꽤 단순한 사람이었다. 지금 레빈의 눈빛에선 이미 처음의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는 현재 모든 상황을 받아들인듯 했다. 그의 마음은 분명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자신의 '숙적'과 화해하려 들지 않았다. 젊은 기수는 고개를 숙이며 오랫동안 쌓아온 마음속의 앙금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레빈]그렇다면 도대체 왜 승마를 포기한 거야…… 내가 전보다 더 분발해가면서 훈련한 건 너랑 다시 승부하기 위해서였어. 하지만 넌 더 이상 시합에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지……
[레빈]게다가 사람들은 항상 날 너와 비교하면서, 우린 서로 다른 존재라는 식으로 떠들어댔었어. 승마 대회 우승 같은 건 네게 있어선 그저 한 줄의 이력에 불과한 일일 뿐이라고 했지……
[아케치 히데키]그렇지 않아.
히데키는 그의 말을 끊으며 한 발자국 다가섰고, 이어서 레빈의 눈을 직시했다.
[아케치 히데키]물론 어떤 사람에겐 승마가 단순히 이력을 빛내 줄 수단에 불과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었어.
[아케치 히데키]당시에 할머니의 건강에 문제가 생겨 버린 데다, 해야 할 일도 갑자기 많아져서 도저히 승마를 병행할 상황이 아니었을 뿐이야. 이건 나 역시도 정말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었고, 코치님이랑 은백에게도 확실히 사과도 했었어.
[아케치 히데키]나도 너랑 다시 결판을 내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결코 내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아. 하지만 레빈, 너한테도 역시 사과는 해야겠네.
[레빈]크흠…… 이게 너희 집안의 대화 방식이냐?! 뭐가 이렇게 오글거려!
그는 황급히 한 발짝 물러서며,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자 했다.
[레빈]흥, 그 뭐냐, 나도 미안하게 됐다.
[아케치 히데키]응?
[레빈]지금까지 내가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확실한 근거도 없이 비웃음을 사게 만들어 버렸으니까 말이야.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거다……
[아케치 히데키]저번에 은백을 보러 왔을 때, 다음 국제 시합 대표로 네가 출전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었어. 그러니까, 좋은 성적 내길 바랄게.
프로 불편러'는 히데키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이 아무래도 적응이 안 됐던 것인지, 넋이 나간 모습으로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하더니, 결국 몸을 돌려선 레드 볼트를 쓰다듬으러 되돌아갔다.
[레빈]난 반드시 우승할 거야, 좋은 소식이나 기다리고 있으라고!
[아케치 히데키]……그래.
레빈은 다시 말에 올라타선, 우리에게 달려왔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반대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어 있었다.
[player]다행히 잘못을 잘 뉘우치는 타입이었네, 사과에도 성의가 보였고.
[아케치 히데키]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아 둔 말을 편하게 꺼낼 수 있다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겠죠. PLAYER 씨, 고마워요.
[player]뭐가 고마워?
[아케치 히데키]PLAYER 씨랑 같이 있으면 제가 보호자 역할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이번엔 뜻밖에도 PLAYER 씨께서 절 위해 나서 주셨네요.
[아케치 히데키]만약 오늘 이곳에 저 혼자 방문했었다면, 아마 레빈과 오해를 풀지는 못했겠죠. PLAYER 씨가 있었기에 우리의 오해가 풀릴 수 있었던 거예요.
[player]흠흠, 그렇게 깊이 생각하고 한 일은 아닌데…… 난 그냥 레빈의 말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서, 그걸 듣고 몸이 먼저 반응해 버렸을 뿐이야.
[아케치 히데키]네, 저도 알아요. 하지만 어찌 됐든, 오늘은 참 즐거운 날이네요.
히데키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하지만 그는 전처럼 나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고, 오히려 나의 눈을 바라보며 내가 본인의 '영역'에 들어서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월영]쉬쉬――
어떤 말이 먼저 시작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훈련장에 있는 말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대로 기쁜 감정을 표출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와 히데키는 서로의 반짝이는 두 눈을 바라봤다.
히데키와 이곳에 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몇 개월 후
[스태프]두 분,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한 손님이 두분께 선물을 남기고 가셨어요.
저번에 마장을 방문한 이후로, 나와 히데키는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해 승마를 즐기기 시작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승마를 끝내고 되돌아가려던 중, 한 스태프가 다가와 우리에게 선물 상자를 전달해 주었다.
[player]저희 둘이요? 확실한가요?
승마장에서 히데키 외에 다른 사람과는 특별히 교류한 적이 없었기에, 조금 의아했다.
[스태프]맞습니다. 제게 선물을 맡기신 그 손님께서 두 분의 외견을 매우 자세히 묘사해 주셨기 때문에, 절대 잘못 알아봤을 리는 없습니다.
[player]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히데키는 선물을 받아들며 스태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난 한 발자국 나아가 선물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서로 색깔이 다른 한 쌍의 승마 모자가 있었다.
높게 솟은 모자에는 약간의 주름도 없이, 챙과 턱끈의 길이도 적절했고, 디자인 또한 심플하면서 우아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모자를 고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승마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일 것이다.
[player]도대체 누가 선물해 준 걸까?
[아케치 히데키]모자 밑에 편지가 두 장 있네요…… 이건, PLAYER 씨에게 쓴 편지 같아요.
[player]어디 보자……
편지에는 화려한 글씨가 몇 줄 적혀 있었다. "가게를 간 김에 선물을 좀 사봤습니다. 저번 일에 대한 답례를 할까 싶어서요. 하지만 당신의 승마 기술은 형편없으니, 코치를 바꾸는 건 어떨까 싶군요. 예를 들면 곧 세계 대회 우승자가 될 사람이라던가요.
우승'이라는 두 글자에 이렇게까지 집착을 보일 만한 사람은, 역시 일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프로 불편러'밖엔 없을 것이다.
[player]오해를 풀어 준 것에 대한 보답인 걸까? 안목은 나쁘지 않지만…… 내 승마 기술을 폄하하다니, 여전히 사람 열받게 하는 말투네!
[아케치 히데키]너무 열내진 말아 주세요, 안 그럼 '불편러'라는 칭호가 옮을지도 모르니까요.
[player]흥. 다음에 승마장에서 마주치면, 그 녀석에게 준우승의 감상을 다시 느끼게 만들어 주자고!
[아케치 히데키]음……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지만, PLAYER 씨가 원하신다면 꼭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히데키는 그렇게 말하며 함축적인 의미를 담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숙적이 친구가 되다니, 아마 본인조차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어서 난 히데키의 허락을 받고선 레빈이 쓴 편지를 마저 펼쳐 보았다. “국제 승마 연맹과 세계 승마 대회의 대표로서, 내겐 이미 새로운 목표로 삼을 만한 더욱 강력한 상대가 생겨났어. 그러니까, 너도 지지 않기를 바란다!”
편지의 끝엔 프로 불편러께서 그려넣은 굉장히 추상적인 그림이 있었다. 히데키에게 파이팅을 외치는 듯하면서도, 자신의 성과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었다.
쯧. 약간은 뒤틀린 우정인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