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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晩の大雪が、一飜市を白く染め上げた

한바탕 쏟아진 눈이 온 도시를 하얗게 물들였고, 바람이 행인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눈 위를 밟으며 내는 서걱거리는 소리가 백색으로 뒤덮인 거리를 한층 더 활기차게 만든다.
이 도시는 늘 낭만적이다. 극장 앞에는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한겨울의 추위로는 막을 수 없다.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곧 약속 상대를 찾을 수 있었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청년이 두 손을 주머니에 넣고 계단 앞에 서 있다.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 넓은 어깨와 날렵한 몸매에 캐주얼한 차림으로 서 있는 그는 귀족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player]부장~ 이쪽이야~!
나는 손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그리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나를 발견하고 걸어오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뒤 손을 내렸다.
미라이가 발명한 인공지능 마작 테이블이 고장 났고, 나는 국립 후우치 대학 마작부의 임시 코치로 초대를 받았다. 마작부가 지난주 인근 학교와의 친선 경기에서 승리하자, 히데키는 나에게 보답 차원으로 오페라 공연을 보여 주겠다며 초대했다.
[아케치 히데키]이곳은 마작부가 아니에요,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냥 이름으로 불러 주셨으면 합니다.
[player]마작부 훈련할 때 시노미야쪽 애들이랑 같이 부르다 보니 습관이 되어버렸지 뭐야…… 넌 언제 도착한 거야? 오래 기다렸지?
입김이 순식간에 새하얀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모호한 안개 속에서 순간적으로 몸이 파르르 떨렸고, 나는 조금이라도 추위를 떨쳐내기 위해 발을 번갈아 가며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
[아케치 히데키]제가 5분 정도 빨리 왔네요. 아직 공연 시작까지 여유가 있으니 들어가서 구경을 좀 하는 게 어떨까요? 기껏 이한시에서 가장 큰 극장에 왔는데 제대로 둘러보지 않으면 아깝잖아요.
[player]아주 좋은걸, 어떤 '좋은 분'께서 가이드까지 해 준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아케치 히데키]당연히 해 드려야죠, 영광입니다.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벽과 지붕은 냉기와 소음을 차단했고, 거울처럼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은 천장이 비칠 정도였다.
나는 히데키의 곁에서 천천히 걸으며 건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히데키는 디자인에 관한 어렵고 전문적인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줘서, 듣는 이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아케치 히데키]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건축가가 설계도를 그리기 전에 진귀한 야명주를 손에 넣었는데, 그 '명주'의 컨셉을 디자인에 접목 시키고 싶어했습니다. 이 극장의 거대한 타원형 디자인이 등장한 배경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외계의 무언가를 표현한 것이라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player]음, 만약 누가 설명해 주지 않았다면, 내 부족한 상상력으론 단순하게 달걀 껍데기 정도로 치부했을 거야.
[아케치 히데키]그렇게 이해하시는 것도 틀리지 않습니다. 달걀 껍데기는 생명을 품은 존재이니, 예술적 생명을 잉태하면 언제든 껍데기를 깨고 부화할 수 있죠. 그것이 문화의 부흥이든, 새로운 유행이든, 무언가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player]그 말을 들으니 더 재밌는걸. 부장…… 아니, 히데키는 이곳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이네.
[아케치 히데키]저희 아버지께서는 오페라를 즐겨 듣습니다. 음악으로 사람의 내적 역량을 갈고닦을 수 있다고 믿으시죠. 제 기억으로, 여섯 살 때부터 저를 이곳에 데려오시곤 했는데, 자주 올 때는 한 달에 두세 번도 왔습니다.
[아케치 히데키]그때만 해도 시립 오페라 극장은 꽤나 전통적인 옛날 스타일의 건물이었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달걀 껍데기'는 리모델링을 통해 증축된 모습입니다.
[player]어쩐지 이 극장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더라……
자신의 관심사에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깊이 파고드는 것, 아마 그것이야말로 히데키가 대단한 이유일 것이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 공연 시작 시간에 가까워졌다. 매표소로 가던 중 극장 안의 카페가 나의 관심을 끌었다. 내가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눈치챈 점원이 나를 보며 적극적으로 홍보를 시작했다.
[점원]겨울엔 역시 따뜻하고 달달한 사랑이 필요하죠! 가게 오픈 3주년 특별 음료 "허니허니"가 출시되었는데, 한번 드셔 보시겠어요? 향기롭고 달콤한 차를 마시면서 차가운 손도 좀 녹이세요.
[점원]두 잔을 주문하시면 한 잔은 50% 할인해 드리는 행사가 진행 중입니다.
제품을 홍보하던 점원이 나와 히데키가 일행이라는 것을 눈치채곤 재빠르게 행사 내용을 덧붙였다.
[player]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