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되자마자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번갈아가며 찾아온 날이었다.
좋은 소식은, 비록 힐리의 문제가 아직 밝혀진 건 아니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날 걱정을 하진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야하는 생활과는 한동안 이별이다.
나쁜 소식은, 잠을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늘 그 전설 속 사귀인 중 한 명을 만나게 된다는 생각하니, 피로 따위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결국 밤새 캣챗을 뒤적거리던 나는 '아사바 고등학교 수영장 파티'와 관련된 정보의 80%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러다가 화면을 스크롤하던 도중 실수로 어느 셀카 한 장에 좋아요를 눌러 버린 탓에 똑같이 밤을 새던 시라이시 나나 선배에게서 나머지 20%의 정보까지 들어 버릴 수 있었다.
기쁨과 슬픔은 모두 함께 나눠야하는 거라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Soul'과 '효'를 위해 쏟은 정성이 너무 많다라고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이렇게 착하고, 정직하고, 친구를 위해 두 팔 걷고 나서는 사람으로 태어난 내 잘못이지.
밤의 시간은 항상 빠르게 흐른다. 새벽의 빛줄기가 커튼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방을 비출 때가 되어서야 내게 잠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몽롱한 잠기운 속에서 손에 힘이 빠지자, 딱딱한 휴대폰 스크린이 퍽 하고 얼굴에 떨어지고선 갑자기 무슨 버튼이 잘못 눌린 것마냥 진동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난 깜짝 놀라며 휴대폰을 집어들었지만, 다행히도 그저 문자 두 통이 와 있을 뿐이었다.
노아
[노아](메시지)내일 있을 토죠 쿠로네와의 다과회, 잊지 말라고.
[노아](메시지)26분 뒤, 스타일링하러 갈 테니까 알아 둬.
player
[player](메시지)스타일링?
내가 생각하는 그런 스타일링은 아니겠지? 갑자기 날아온 노아의 문자에 졸음기가 싹 달아났다.
[노아](메시지)적절한 옷을 고르고, 그에 걸맞게 전체적으로 꾸며 줄 거야.
[player](메시지)너무 과한 거 아니야? 그냥 다과회일 뿐이잖아. 두세 시간이면 끝나는 그런 거.
[노아](메시지)그렇게 큰돈을 꽃을 사는 데에 쏟아붓는데, 그럴듯하게 꾸미고 가지 않으면 의심받기 쉬워.
[노아](메시지)'효'의 명의로 된 의류업체가 있으니까, 너한테 빌려줄 의상 정도야 있을 거야.
[player](메시지)그렇게 말하니까 좀 긴장되는걸, 무슨 비즈니스 파티에 가는 기분이야.
[노아](메시지)하나 알려 주자면, 너희 집에 도착하기까지 21분 남았거든. 지금 일어나면 씻을 시간은 있을걸.
[player](메시지)아직 잠도 다 안 깼는데!
[노아](메시지)20분 남았어.
이제까지의 경험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일어나는 게 현명한 선택일 거라고……
노아의 시간 관리는 무서울 정도로 정확했다. 약속한 시간에서 1분 1초도 어긋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알기론 이런 게 가능한 다른 사람은 단 한명, '감정 없는 일 기계' 사이토 오사무 뿐이다.
노아는 날 만나자마자 집에서 끌어내더니, 어제 내 눈 앞에서 쏜살같이 사라졌던 그 새빨간 자동차 안에 날 집어넣었다.
목적지는 어느 심플하지만 럭셔리한 옷가게였다. 꽃이 수놓아지듯 조각된 입구 앞에서 고개를 들면, 검은 배경에 금빛 글자로 커다랗게 적힌 이름 'Chaque Jour'를 볼 수 있었다.
최근들어 여러 유명 패션 잡지에서 자주 보이던 브랜드가 '효'의 소유였다고?! 정보상과 패션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내 얼굴에 떠오른 당혹감이 너무 선명해서였는지, 노아가 먼저 내게 설명을 해 주었다.
[노아](메시지)여기가 보스랑 '효'의 이미지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지?
[노아](메시지)정보상의 미적 감각을 무시하지 말라고. 이곳의 디자인과 제품은 '효'의 멤버들이 장장 15개월, 스무 군데가 넘는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수만 가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덕분에 나온 결과야.
[노아](메시지)앞으로 최소 5년간, 'Chaque Jour'는 패션을 선도하게 될 테지.
데이터를 근거로 들어가며 말하자 또 납득이 되는 것도 같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두 명의 젊은 직원이 우릴 맞이해주었다. 그녀들은 다른 말 없이 우리를 2층 구석에 있는 탈의실로 안내했고, 그곳엔 옷 세 벌이 가지런히 걸려져 있었다.
[노아](메시지)오기 전에 이미 얘기를 해 뒀어, 여기서 준비해 둔 옷이니까 하나 골라봐.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세 옷을 앞에 둔 나는, 슬슬 앞으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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