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너, 말할 줄 알았구나!
노아는 자신이 말을 했다는 걸 깨달은 듯, 황급히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 후, 노아는 나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곤 핸드폰 화면을 다시 꾹꾹 눌러댔다.
[노아](메시지)친하지 않은 사람이랑 말하는 게 싫을 뿐이야. 겨우 그 정도 가지고 호들갑 떠는 거야?
[player](메시지)하지만 우린 이제 친한 사이잖아? 슬슬 소리로 대화를 나눌 때라고!
[노아](메시지)거절하지.
[노아](메시지)'효' 이외의 사람들은 전부 낯선 사람들이야. 너도 '효'의 멤버가 아닌 이상 마찬가지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인간 관계는 어째서 전부 이런 식인 걸까?
[노아](메시지)하지만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하는 편이 좋을 거야.
[player](메시지)?
[노아](메시지)기도춘에서 경매 자격을 획득한 참가자들에 대해 전부 신원 조회를 해봤어.
[player](메시지)훌륭하네. 인터넷에서 사적인 얘기를 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군.
[노아](메시지)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정보에 따르면, 최근에 각종 스팸 전화를 많이 받았지? 보아하니 더 이상 숨길 프라이버시 같은 건 별로 없어 보이는데.
[player](메시지)너무 가시돋힌 말보단, 조금 더 부드러운 말을 써 주면 안 될까?
[노아](메시지)본론으로 돌아가지.(너랑 이야기하면 자주 본론에서 벗어나게 돼 버려. 그러니까 반성 좀 하도록 해.)
[player](메시지)좋아, 먼저 말해 봐.(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같이 반성하도록 하자고.)
[노아](메시지)뒷조사 때, 기도춘에서는 이미 네 생활 습관에 대해 파악해 두었을 거야. 그러니 네가 단 한번의 다과회 때문에 큰 돈을 쏟아 붓는 행위는, 평소의 너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짐작도 하지 못하겠지.
[노아](메시지)너는 게임을 할 때도 두 시간만 쓸 수 있는 시간제 캐릭터를 위해 돈을 쓰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안그래?
[player](메시지)네 말도 일리가 있어. 난 지금 엄청 당황하고 있거든.
[독백]후속 거래를 통보했던 사람은 좀처럼 오지 않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기둥 뒤에서 직원 두 명이 우릴 쳐다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player](메시지)이제 어떻게 하지?
[노아](메시지)기도춘은 정식으로 허가받은 사업을 하고 있어. 그러니까 기껏해야 네 거래 자격이 취소되는 정도지, 직접 공격 당하는 일은 없을 거야.
[player](메시지)알았어.
[노아](메시지)기껏해야 보스한테 보복 당하는 정도겠지.
[player](메시지)……천국에 쿠츠지의 자리는 없었으면 좋겠군.
이어서 이야기를 마친 직원 두 명이 우리를 향해 걸어왔다. 나는 노아와 주고받은 메시지 화면을 끈 뒤, 최대한 차분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직원 A]17번 구매자 님께서는 저희들과 함께 뒤쪽에서 후속 거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 B]죄송하지만 동행으로 오신 여성분께서는 여기서 잠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player]같이 가면 안 되는 건가요?
[직원 A]죄송합니다. 저희 규정에 따라 후속 거래는 반드시 참가자 혼자서 진행해야 하거든요.
노아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고 다녀오라는 의미겠지만, 이런 건 밀실에서 다시 돌아오질 못할 임무를 진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군들이 아무리 "힘내!", "할 수 있어!"같은 말을 외쳐 준다고 한들 어디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적에게 벌벌 떨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직원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다지 길지 않은 복도를 지나 한 방에 들어서자 중간에 익숙한 마작 테이블이 보였다. 마작실에서 결제를 진행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직원 A]규정에 따라, 먼저 저희와 함께 3인전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player]여기가 이한시라는 건 알고 있지만, 여기선 마작이 절대적인 위치에 있기라도 한 건가요? 이한시에서는 마치 뭔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마작으로 결판을 내리려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말이죠.
[직원 B]3인전 대국일 뿐이고, 빠르게 끝날 테니 안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측정 장치를 착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layer]측정 장치라니요?
두 명의 직원이 거대한 측정 장치에 연결된 금속 패드를 들고 와선, 내가 거부할 틈도 없이 내 경동맥과 관자놀이에 신속히 패드를 붙였다.
그렇게 난 미약한 전류가 느껴지는 패드를 붙이고 3인전을 쳐야만 했다. 원하는대로 테이블에 앉아서 준비를 마치기는 했지만, 머릿속에서 거대한 물음표가 쉴 새 없이 떠올랐다.
이한시의 마작 테이블은 3인전 모드를 따로 세팅해야 했기에, 대부분의 마작장에선 귀찮다며 3인전 손님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와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아하는 모 관장에 따르면, 사실 3인전은 4인전보다 돈이 되지 않아서가 더 큰 이유라고 한다.
그렇기에 난 3인전 경험은 거의 없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억지로라도 하는 수밖에 없었다.
[player]앗…… 패를 넘어뜨릴 뻔했네. 이런 걸 달고 마작을 치려니까 너무 불편한걸……
대국이 시작되자마자 손목에 걸린 선 때문에 손패가 엎어질 뻔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내게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눈빛만 보낼 뿐, 이걸 풀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가능한 동선을 제한함으로써 '물리적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다.
3인전은 적은 수의 패를 사용하고, 북 빼기 등의 규칙이 추가된다. 4인전에 비해 점수 폭등이 강한 대국이라 공격과 방어를 판단 방식에 큰 차이가 있었다.
만수패 중 1만과 9만은 일부 역에만 사용되기에, 이 두 장을 요구패로 쓰기엔 좀 더 힘들어진다. 그렇기에 가능한 배패에서 1만과 9만이 나오지 않기만을 빌었다.
좀처럼 쓸 만한 패가 들어오지는 않고 있었지만, 다행히 머리로 쓸 만한 1만 한 쌍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통수패는 간짱이긴 하지만, 다행히 삭수패는 모두 몸통이 완성되어 있었다.
서풍이 1장 손에 있으니, 손패로 북풍 1장이 들어온다면 타점 1판은 보증될 테고 배패에도 딱 맞을 것이다. 게다가 만약 서풍으로 역을 만들 수 있다면 이번 판은 속공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었다.
[직원 A]서.
[직원 B]저도 따라가도록 하죠.
[player]하, 하하하……
인생이란 대국과도 같으니, 올라갈 때가 있다면 내려가기도 한다. 일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나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며 다음 한 장에 기대를 걸었다.
다음으로 들어온 패는 9만이었다. 거의 쓸모없는 패가 2장 씩이나 들어오다니, 정말로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북빼기로 기회를 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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