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수탉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두 손을 뻗어 잡으려 했지만, 뜻밖에도 수탉은 내 행동을 미리 예측했다……
[-] 수탉은 내 앞 약 1미터 지점에서 날개를 펼치더니, 내 머리 위를 넘으려는 듯 퍼덕이며 날아올랐다. 힘세고 기다란 발톱이 내 어깨를 밟더니 이내 내 외투를 파고들었다.
[-] 순간 어깨에서 강하게 당기는 힘이 느껴졌고, 수탉은 날갯짓을 하며 균형을 잃고 내 품으로 떨어졌다…… 나는 수탉을 품에 꽉 안았다.
[-] 알고 보니 수탉의 발톱이 내 외투에 걸렸던 것이었다.
[player] (작은 소리로) 길고양이들만 이러는 줄 알았는데……
[푸른 옷의 소녀] 와…… 대단해. 나랑 아원은 한 시간 동안이나 못 잡았는데.
[-] 내 몸에서 수탉을 '떼어낸' 후, 식칼 소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약간 곤혹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방금 전 대화를 통해 나는 그녀의 정체를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죽운'의 무당, 아원, 바로 내가 찾고 있던 사람이었다.
[아원] 너는 '무쌍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사당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player] 안녕, 나는 PLAYER, 이번 '죽운' 기념일 축제 준비를 책임지고 감독할 거야. 이건 내 업무 허가서야.
[푸른 옷의 소녀] 책임지고 감독…… 풉, '감독관'이라는 거잖아.
[아원] 후우카 님께서 신맞이 축제를 도와줄 감독관이 올 거라고 하셨지…… 안녕, 나는 이곳의 무당 아원이야.
[푸른 옷의 소녀] 나는 극단 '부몽'의 하나고 아오이야. 나도 이 거리에 살아. 안녕, 감독관님.
[player] 아하하, 감독관은 무슨…… 사실 난 도우러 온 거야. 업무와 관련된 문제는 언제든지 나를 찾아줘.
[아원] 하지만……
[-] 아원은 고민이 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원] 난 곧 향을 피우고 목욕을 하면서 선조들과 소통해야 해서, 아마도……
[player] ……
[하나고 아오이] 아마도가 아니라, 외부 사람이 있는 건 확실히 불편한 일이지. 자, 가자. 내가 이 거리에서 제일 맛있는 남상 소고기 쌀국수를 사줄게. 아원을 더 이상 방해하지 말자구.
[-] 하나고 아오이는 내 팔을 잡고 날 사당에서 끌고 나갔다.
남상 소고기 쌀국수 식당
[하나고 아오이] 사장님, 대표 메뉴 마라 소고기 쌀국수 두 그릇 주세요!
[-] 사당을 나오자마자 하나고 아오이는 나를 사당에서 멀지 않은 '남상 소고기 쌀국수'로 끌고 가서 앉혔다.
[하나고 아오이] 좀 이따가 폭죽 소리가 나거든 '청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player] 청신'?
[하나고 아오이] 남상 사람들의 풍습에 따르면, '청신' 의식을 통해 선조들이 인간 세상에 내려오는 데 동의해야만 신맞이 축제를 개최할 수 있고, 그래야 모두가 새해에 선조들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어.
[???] 쌀국수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하나고 아오이] 어? 사장님, 저는 대표 메뉴 마라 소고기 쌀국수 시켰는데요?
[-] 내 앞에 놓인 것은 고추기름이 떠다니는 소고기 쌀국수였고, 하나고 아오이 앞에 놓인 그릇은 맑고 담백한 국물이었다.
[쌀국수 사장님] 사실은 아오이 양, 며칠 전에 하쿠 양께서이 한동안은 아오이 양께 맑은 국물로만 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쌀국수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축제 공연을 위해 애써 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두 분 식사 맛있게 하세요.
[하나고 아오이] 어? 잠깐만요…… 저……
[-] 하나고 아오이에게 싫은 소리를 듣고 싶지 않은 모양인지 사장님은 황급히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
[하나고 아오이] 내 마라 소고기 쌀국수…… 으잉……
[player] 축제 공연이 뭐야?
[하나고 아오이] 에엥? 너 '죽운' 감독관 아니야? 우리 '부몽'이 축제 공연에 초청된 걸 몰라?
[player] 일정 확인해 볼게…… 응, 없는데. 다른 동료가 담당하나 봐.
[하나고 아오이] 아쉽다, 이렇게 재밌는 '감독관님'이 우리 담당이 아니라니. 언니가 널 보면 분명 재밌다고 생각할 텐데.
[하나고 아오이] 휴, 맑고 담백한 국물이라니, 보기만 해도 심심하네. 너 다 먹어.
[-] 하나고 아오이는 앞에 있는 그릇을 나에게 밀었다. 아주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하나고 아오이] 응?
[-] 갑자기 밖에서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에는 북적이던 쌀국수 가게 안의 손님과 직원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밖으로 달려나갔다.
[하나고 아오이] 와, '청신'이 시작됐어! 역시 아원이야, 일 잘하네.
[-] 하나고 아오이는 막 쌀국수를 입에 넣으려던 나를 잡아끌고 인파를 따라 사당으로 뛰어갔다.
[player] 내 쌀국수……
사당
[하나고 아오이] 후…… 이쪽이야. 오늘 온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 사당으로 돌아와 보니 이곳은 이미 사람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다. 나는 하나고 아오이의 도움을 받아 겨우 앞줄에 설 수 있었다.
[-] 소원을 적은 종이들이 걸려 있는 사당 고목 아래에는 이미 제단이 하나 추가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각종 제물과 요리들이 가득했고, 아까 봤던 그 수탉은 이미 빨간 종이로 덮인 백숙이 되어 있었다.
[-] 가벼운 은방울 소리가 울리자, 아원은 고풍스러운 가면을 쓰고 옆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징과 북소리에 맞춰 마당 한가운데에서 고풍스럽고 신비로운 춤을 추기 시작했다.
[-] 그녀의 동작은 편안하면서도 기묘했고, 보이지 않는 기운이 사람들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 춤이 끝났다.
[-] 아원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구경하는 사람들 쪽으로 다가가서 가면 너머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마치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듯했다.
[player] (작은 소리로) 뭐 하는 거야?
[하나고 아오이] (작은 소리로) 쉿, 말하지 마.
[-] 하나고 아오이는 긴장한 채 내 귓가로 다가와, 거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로 목소리를 낮췄다.
[하나고 아오이] (작은 소리로) 큰…… 일…… 나……
[-]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고 있는 순간,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큰 재채기 소리가 들렸고, 아원이 동작을 멈췄다.
[중년 남성] 아아아아, 죄, 죄송합니다…… 차라리 저를 때려도 좋으니 쫓아내지만은 말아 주세요…… 너무 잔인하잖아요…… 선조님! 제발 제가 선조님이 모셔지는 걸 직접 보게 해주세요!!!
[-] 큰 재채기 소리를 낸 중년 남성은 애원했지만, 결국 화가 단단히 난 사람들에 의해 끌려나갔다.
[하나고 아오이] (작은 소리로) 이제 알겠지?
[-] 나는 두려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 말하는 동안 아원은 원래 상태를 회복하고는 사람들 주위를 한 바퀴 더 돈 후 한 주민 앞에 멈춰 섰다. 주변에서 곧바로 부러움의 탄성이 터져 나오며 조용했던 분위기가 마침내 깨졌다.
[하나고 아오이] 후…… 오늘의 행운아가 나타났네. 이제 청신에 성공할지 여부는 저 사람한테 달렸어.
[-] 아원에게 선택된 주민은 그녀를 따라 제단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은 천지 사방을 향해 차례로 향을 올리며 절을 했다. 그후 아원은 제단 위의 나무 상자에서 두 손바닥 크기의 나무 도구 두 개를 꺼내 주민에게 건네주었다.
[하나고 아오이] 저건 '배교'야, 남상 사람들이 선조와 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매개체지.
[-] 배교는 한 면은 볼록하고 한 면은 평평한 모양이었다. 주민이 배교를 공중에 던졌고, 모두가 시선을 고정하고 지켜보았다……
[-] 땅에 떨어진 배교는 두 조각 모두 볼록한 면이 위를 향하고 있었다. 군중 속에서 일제히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나고 아오이] …… '음배'네, 선조가 초대를 거절했다는 뜻이야.
[player] 실패한 거야?
[하나고 아오이] 아직 괜찮아. 거절이라면 '음배'가 세 번 나와야 해.
[-] 기대를 등에 업은 행운아가 배교를 다시 던지자, 하나고 아오이가 긴장해서 내 팔을 꽉 잡았다……
[-] 잠시 후
[-] 안타깝게도…… 다음 두 번의 시도에서도 '음배'가 나왔다.
[-] 군중 속에서 웅성거림이 퍼져 나갔고, 행운아는 풀이 죽은 채 군중 속으로 돌아갔다.
[player]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청신에 실패한 것 같은데?
[하나고 아오이] 응, 정확하게 말하자면, 또 실패한 거지.
[player] 또?
[하나고 아오이] 신맞이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길일마다 청신을 시도할 수 있어. 한두 번 실패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올해는……
[대중 A] 에휴... 이게 몇 번째야. 도대체 성공은 할 수 있는 거야?
[대중 B] 그러니까. 곧 기념일인데, 신맞이 축제는 무슨, 청신조차도 못하는데...
[대중 C] 이러다 올해는 선조를 못 모시는 거 아냐? 그럼 신맞이 축제는 어떻게 되는 거지?
[-] 이야기가 퍼지자 사람들의 논쟁 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미 가면을 벗은 아원은 아무런 표정 없이 배교를 닦아 다시 나무 상자에 넣었다. 주변의 논쟁 소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 시간이 촉박하니 청신 같은 일은 형식적으로만 하고 넘어갑시다. 중요한 건 '죽운'의 올해 기념일 행사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신맞이니까요! 신맞이 축제를 못 하면 그보다 더 창피한 일이 있겠습니까!
[-] 군중 속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아원을 향해 불만 섞인 말투로 불평하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아까 소고기 쌀국수 가게의 사장님이었다.
[-] 그 말을 들은 후 아원의 평온했던 표정이 엄숙해지기 시작했다.
[아원] 선조를 존경하지 않는 신맞이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말은 여러 번 했어요. '죽운'의 제사를 책임지는 무당으로서, 선을 넘는 일에는 절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쌀국수 사장님] 그렇다면 올해 신맞이 축제를 성공적으로 개최하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죠? 당신, 너무 어린데 설마 가짜 무당은 아니겠죠?
[하나고 아오이] 이 인간들, 왜 또 트집을 잡는 거야!
[-] 하나고 아오이의 말을 들어보니,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닌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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