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맞아, 그것도 일종의 다도라 볼 수 있다.
[player] 왜 그런 거죠?
[-] 페이밍은 웃더니 부채로 앞에 놓인 다관을 톡톡 쳤다.
[페이밍] 낋인 물로 우려내는 것도 다도고, 찻잎을 가루로 갈아 낋는 물을 넣어 죽처럼 만드는 것도 다도다.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한 입 크게 들이키는 것 또한 다도고, 조금씩 음미하는 것 역시 다도다.
[페이밍] 다도는 니 마음속에 있는기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페이밍] 그러니까는 다시 해본나. 유엔샤오가 닐 위해 고른 좋은 차를 낭비하지 말고.
[유엔샤오] 헤헤, 사장님이 아무거나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까 나중에 제 월급에서 빼기 없기예요.
[페이밍] 그렇게 떠들 시간 있으면 니 새 친구를 도와 샘물이나 떠오레이. 니는…… 다도하기 전에 이 차에 대해서 먼저 이해를 해보는 게 좋겠다.
[player]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요?
[페이밍] 차 향기를 맡으면 뭐가 떠오르나?
[player] 울창한 숲, 높은 산, 산속 계곡이요.
[페이밍] 우롱차는 대부분 산지에서 나는기라. 산맥이 이리저리 교차하고, 그 사이에는 강물이 흘러가지. 니가 생각한 게 얼추 맞데이.
[페이밍] 찻잎을 따서 돌아오면 햇볕에 말려줘야 한다. 소위 쇄청이라는 작업인기라. 오후 4~5시의 햇볕이 딱 적당하제. 찻잎을 고르게 펼쳐서 수분이 날아갈 때까지 기다리는 기라……
[player] 오후 4~5시의 햇볕 온도……
[-] 나는 페이밍이 설명하는 차 제조법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마치 직접 우롱차를 만드는 것만 같았다.
[-] 산 중턱에 있는 차밭에서 차를 따는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빠르게 나뭇가지 끝에 난 새싹들을 딴다. 저 멀리 차밭 사이사이에는 찻잎이 가지런히 쌓여있다.
[페이밍] 다도는 항상 똑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니 앞에 놓인 찻잎에 맞게 낋이는 게 가장 적합한 방식인 거고.
잠시 후
[-] 내가 다시 차를 끓이고 나니 주변은 이미 조용해져 있었다. 많은 사람의 눈길이 내 앞에 놓인 호박색 차를 향하고 있었다. 그윽한 차 향기가 아득히 멀리 실내에 퍼졌다.
[-] 옆에 있던 짜오 사장도 어느샌가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짜오 사장은 다짜고짜 내가 방금 만든 차 한 잔을 가져가더니 한 모금 마셨다.
[짜오 사장] 특급 봉황단총이군. 요즈음 남상 지역 날씨가 좋지 않아서 적게 나는 바람에 '무쌍가' 전체에서도 찾아보기 힘든데. 이런 귀한 차를 가져와 겨루다니, 참나.
[페이밍] 니가 칭찬하고 싶은 게 찻잎만이 아닐 텐데.
[짜오 사장] 형씨, 생긴 건 평범하게 생겼는데 다도 실력은 비범하구먼.
[player] 설마 절 칭찬하는 건가요?
[짜오 사장] 흥! 설레발 치지 마. 이 몸은 어설픈 차 전문가 놈들을 제일 싫어하거든. 이번에는 운이 좋았을지 몰라도 다음번엔 어려울 거다.
[-] 말을 끝낸 짜오 사장은 또 다른 찻잔을 들어 단숨에 비우더니 쿨하게 떠나버렸다.
[유엔샤오] 이렇게…… 가버린다고? 그럼 차 대결은?
[유엔샤오] 열받네. 집에서 숙제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와서 내 숙제를 다 찢어버리고 달아난 것 같은 느낌이야!
[player] 짜오 사장…… 혹시 츤데레인가요?
[페이밍] 흥, 저속한 인간이 고상해지는 게 쉽겠나 어디.
[-] 짜오 사장이 갑자기 떠나버리자 주변에 있던 손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웬펑이 적절한 타이밍에 일어나 심사위원들에게 정중히 물었다.
[웬펑] 심사위원님, 상대 선수가 가버리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동 선생] 방금 우리 셋이서 상의해 봤는데 둘 다 장단점이 있더군요. 짜오 사장은 세심하면서도 올바르게 차를 잘 우려냈지요. 완벽합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한 나머지 단점이 하나 있어요. 따뜻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왕 선생] 그렇지요. 그에 반해 이 어린 친구는 다도 기술은 조금 미숙한 면이 있어도 페이밍 사장의 가르침에 차를 이해하면서 적절한 방법을 찾았지요. 그러면서 이 차의 향기를 최대한으로 끌어내었어요… 우열을 가리기 힘들군요.
[오 선생] 그러니 우리 이번 판은 비긴 걸로 합시다. 어떻습니까?
[삼랑] 심사위원님들, '미접다관' 선수의 차 우리는 절차가 업계의 규칙과 맞지 않았는데, 이런 평가는 부적절하지 않나요?
[동 선생] 삼랑, 그렇게 보기는 힘듭니다. '미접다관'의 두 사람 중 하나는 옛날 방식을 따랐고, 하나는 차와 함께 공명했지요. 오히려 어떤 게 진정한 다도인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지 않던가요?
[동 선생] 천편일률적이긴 하지만 실수 없는 차가 좋으냐, 찻잎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차가 좋으냐고 놓고 봤을 때, 우리 셋은 후자가 낫다고 생각합니다.
[오 선생] 부끄럽군요. 한평생 다도만 공부해왔는데 까마득한 후배에게 한 수 배우다니.
[삼랑] 하지만……
[-] 어르신들은 삼랑의 말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서로 고사성어와 감탄사를 주고받으며 함께 자리를 떠났다.
[-] 삼랑의 매서운 시선이 사람들을 뚫고 내게 닿았다. 삼랑은 1라운드에서 진 뒤 서리맞은 가지처럼 생기를 잃고 한쪽에 앉아 있던 리 사장을 잡아끌고서 자리를 떠나버렸다.
[웬펑] 봐, 내가 뭐랬어. 한이 제대로 맺혔네.
[player] ……
[유엔샤오] 그럼 우리가 이긴 건가?
[후지] 기래, 이깄다.
[유엔샤오] 오예! 착한사람군, 우리가 이겼어!
[player] 이렇게 된 거 내 공도 있다고 보면 되는 거지?
[-] 나는 몇 발짝 물러나서 얼른 미리 준비해둔 계약서를 꺼내 페이밍에게 건네며 잘 보이기 위한 사무적인 을의 미소를 선보였다.
[player] 페이밍 사장님, 한번 보시죠……
[-] 의외로 페이밍은 계약서를 받지 않았다. 대신 손짓으로 유엔샤오를 부르더니 도장 하나만 건네주고 3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유엔샤오] 됐어.
[player] 어?
[유엔샤오] 사장님의 도장이야! 어서, 빨리. 어디다가 찍으면 돼?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월급 인상 계약서 하나 만들어서 도장까지 찍어버리는 건데.
[player] 위험한 생각이야. 넣어둬.
[player] 근데 페이밍 사장님도 생각했던 것만큼 까다로운 분은 아닌 거 같아.
[웬펑] 아니, 이번 다도 대결에 미나미 후우카 본인이 직접 등판했었다면 아마 이번처럼 이렇게 같이 해보자는 말은 꺼내지도 않으셨을걸.
[player] 왜?
[웬펑] 첫째, 상대는 미나미 후우카에게 밉보이고 싶지 않을 테니 봐줬을 거야. 페이밍 사장님은 그런 짓을 경멸해.
[웬펑] 둘째, 미나미 후우카는 '이득만 챙기고 손해는 피하는' 성향이 강한 상인이야. 미나미 후우카라면 자칫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살 수도 있는 다도 대결에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발을 뺐을 거고, 자연스럽게 페이밍 사장이랑 사업 협상은 못하게 됐겠지.
[웬펑] 그러니 우리 친구가 확실히 여러모로 이번 일에 많은 공을 세우긴 했어.
[player] 헤헤, 칭찬받으니까 쑥스럽네. 그래도 더 해 줘도 돼. 난 들을 준비 돼 있거든.
[웬펑] 하하, 너 정말 재밌구나.
[웬펑] 사실 다도 대결은 고여서 썩어가는 물과 같았는데 네가 새롭게 물꼬를 틔워준 덕분에 재미있었어. 틀림없이 페이밍 사장님도 그 점을 아셨으니 기꺼이 널 도와준 거겠지.
[유엔샤오] 다 됐어. 계약서 대충 훑어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차를 제공할지는 페이밍 사장님이 결정하실 거야. 나머지 세부 사항도 페이밍 사장님이 너희 사장님이랑 상의할 거고.
[유엔샤오] 착한사람군, 이제 돌아가서 푹 쉬고, 내일 아침 와서 찻잎 샘플 받아가면 돼.
[player] 그 말은, 나 퇴근해도 된다는 거지?
[유엔샤오] 아니, 아니. 너만 퇴근하는 게 아니라 우리도 다 같이 퇴근이야! 퇴근 만세! 다도 대결 끝! 만세!
[이치히메] 밥 만세다냥!
[아이하라 마이] 에? 그…… 음, 주인님이랑 같, 같이 저녁 먹겠네요. 만,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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