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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에게 매니저님의 뜻을 따르자고 한다

Character: 

마음 같아선 카나를 데리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지만, 이성이 날 불러 세웠다. 매니저님은 이런 일을 처음 겪어 본 나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속사에서는 이미 직원들이 사태를 진정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냉정을 되찾고 다시 한번 현재 상황을 분석해 봤다.
[player]카나, 지금 마작장 로비에 계속 있는 건 좋지 않아. 만일 과격한 팬이 나타나면 마찰이 생길 수도 있어. 이 마작장엔 단독 룸이 있을 테니까, 거기로 가서 조금 더 안전하게 매니저님을 기다리자.
[후지타 카나]와, PLAYER, 엄청 침착하구나. 방금 매니저 언니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것 같았어.
[player]그럼 그 '매니저'가 지금 룸으로 가기를 '명령'할게. 대중들로부터 최대한 모습을 감추자.
[후지타 카나]알았어. 충성, '매니저'님!
마작장의 룸은 간소했다. 마작 테이블, 의자들, 그리고 벽에 걸린 몇 가지 그림. 고상하지만 따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특수한 상황에 처한 게 아니었다면, 분명 이곳에서 오후 시간 전체를 쏟아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긴장한 나에 비해, 옆에 있는 카나의 모습은 매우 가벼워 보였다. 소녀는 팔을 펴곤 나른한 듯 기지개를 켰다.
[후지타 카나]매니저 언니, 늦네에…… 빨리 안 오려나. 일단 이 창문으로 바깥이 보이니까, 우선 여기로 바깥 상황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
[player]마작장 사장님이 여긴 아직 정식으로 오픈한 곳이 아니여서 단골들도 모르는 장소라고 했어, 우리한테만 예외적으로 빌려준 거야. 그래서 깨끗해 보이긴 해도 아직 소독이나 방역 작업은 안해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있을지도 몰라.
[후지타 카나]꺄아아아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카나가 날 향해 달려와선 팔을 꼭 붙잡으며 머리를 내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player]카나? 왜 그래?
소녀는 갑작스레 내 품속으로 파고들어 호흡을 가파르게 내쉬기 시작했다. 복숭아 같은 눈에 나의 모습이 비쳐 보였고, 그렇게 카나의 모든 것이 나의 세상으로 흘러들어왔다. 그녀와 알게 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렇게 가깝고 허물없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후지타 카나]차…… 창문 쪽에 벌레가 있어.
[player]……엥?!
고개를 들어 카나가 가리킨 방향을 보니, 카나를 놀라게 한 그 벌레가 더듬이를 흔들며 유유히 떠나고 있었다.
이런 작은 해프닝을 겪고나니 나도 긴장이 풀렸는지, 몸 전체가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후지타 카나]후…… 드디어 웃었다. 계속 너무 긴장한 것 같길래 그러다 스트레스 받아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 엄청 걱정했다니까.
[player]그럼 방금은 일부러 나한테 다가왔던 거야?
[후지타 카나]꼭 그렇지만은 않은걸. 나도 조금은 무서웠다구. 하지만 껴안은 건, 뭐랄까……
[player]팬에게 주는 보상 같은 건가?
[후지타 카나]회사에서 준비해준 공식 입장 같은 답변이네!
[후지타 카나]여긴 기자 발표회가 아닌걸. PLAYER, 조금 더 과감하게 생각해봐~ 예를 들어, 방금 껴안은 건 우정을 뛰어넘어서 다음 단계를 향해 가기 위한 무언가라던가.
카나와 룸에 틀어박힌 채 휴대폰으로 동풍국을 두 판정도 끝냈을 때였다. 매니저님이 드디어 도착했고, 두 사람이 무사한 걸 확인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우리를 카나의 '유모차'로 데려왔다.
[매니저]일이 복잡하니까 간단하게 설명할게.
[매니저]30분 전에 우리 쪽에서 이미 카나의 연애 사실은 악질 루머라는 소식을 발표했어. 법적 대응도 진행하기로 했고, 팬들도 대부분 긍정하는 분위기야.
[매니저]근데 바로 방금 전에, 누군가가 온라인에 흐릿한 사진을 한 장 올렸어, 카나와 새로운 애인의 나들이 사진이라면서 말이지. 그 사진 때문에 안티들이 열 올리면서 다시 소식을 퍼뜨리는 중이야.
[매니저]이대로 두고 보기만 한다면, 2주 뒤에 열릴 콘서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거야. 심지어 W.I.N의 앞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니저님은 여기까지 얘기한 뒤 말을 멈추곤 가방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어 우리에게 건냈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이것이 이번 일의 시작이라는 듯한 의사를 전해 왔다.
사진 속 평범한 옷을 입은 여성은 무대에 서 있지 않아도 모든 사람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흐릿한 모습조차도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 있는, 그녀와 굉장히 깊은 관계처럼 보이면서, 손을 뻗어 카나의 머리를 만지고 있는 이 사람은……
[player]이건…… 나?
[매니저]빙고, 잘 맞추셨네요.
[player]크흠, 이건…… 매니저님, 제 말 좀 들어 보세요. 이때 상황은 사실……
[매니저]상황이 어쨌든, 지금은 딱히 중요하지 않아요. 아무튼, 지금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 캣챗의 주인을 찾는 거예요. 그리고 그 사람이 나타나서 해명을 해 준다면 더 좋겠죠.
[후지타 카나]'냉철한 사랑꾼 이대추'…… 이 아이디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매니저]이대추는 최근 업계에서 뜨기 시작한 파파라치야. 너도 가십 커뮤니티 어딘가에서 봤겠지. 업계 친구의 말로는, 이대추가 지금 번화가의 영화관 근처에 있다는 모양이야.
[매니저]루머 수습은 시간이 관건이야. 안전띠 꽉 메. 바로 출발한다!
하지만 영화관이 A와 B 구역으로 나뉘어져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우린 가급적 빠르게 타깃을 찾아내기 위해 팀을 나눠 수색에 들어가기로 했다.
[player]우리가 찾는 게 저 녀석이지?
[후지타 카나]쉿,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면 안 돼, 그럼 쉽게 눈치채고 말거야. 일단 같이 영화를 보러 온 것처럼 변장을 하자, 그래야 기습할 수 있어.
[player]흥미진진하다고 느끼는 것 처럼 보이는걸……
[후지타 카나]흠흠, 그럴 리가. PLAYER, 그건 착각이야!
그렇게 나와 카나는 구석진 어두운 곳을 찾아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상대방의 신분을 확인한 뒤 매니저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파파라치 이대추는 어쩌면 자신의 승리를 예감한 듯이, 자신을 감추기는 커녕 대놓고 로비 중앙에 앉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약 10분 뒤, 마스크를 쓴 사람이 이대추의 맞은편에 앉아 가방에서 파일을 꺼낸 뒤 그에게 건넸다.
두 사람의 동작은 과격해 보였고, 아무래도 소통에 문제가 있는 듯했다. 어쩌면…… 저 둘은 한패가 아닐지도 모른다.
[후지타 카나]음, 잘 안 들리는걸. 더 가까이 가 볼까?
[player]방금 누가 쉽게 눈치챌 수도 있다고 걱정했더라?
[후지타 카나]대화 내용이 궁금하지 않아? 직감이 말해 주고 있어, 이 사건에는 분명 반전이 있다고.
가십을 즐기는 카나의 심리를 알고 있던 나는, 로비를 훑어본 뒤 그녀에게 다른 구석진 곳을 찾아 도청을 해 보라며 손짓했다.
그러던 중 카나가 실수로 영화관의 홍보용 입간판을 넘어뜨렸고, 넘어지는 소리에 티격태격하던 파파라치들의 시선은 곧바로 카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카나를 발견하자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 ? ?]!!!
[이대추]튀어!!
쓰러진 입간판에 나의 추격은 저지되었고, 당장 붙잡을 수 있는 건 한 명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