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 마스크는 아무래도 업보가 많았던 모양이다. 도망치는 과정에서 발이 미끄러지며 넘어질 뻔한 덕분에 내게 그를 붙잡을 기회가 생겼다.
[player]당신 누구야? 파파라치의 동료야?
[이대추]……
어째서인지, 복면 마스크는 나의 질문을 받더니 다시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그가 고개를 숙이고 좌우로 버둥대던 중, 매니저님이 급하게 쫓아와 그를 간신히 제압했다.
[매니저]이 친구는……
[후지타 카나]잠깐만요, 매니저 언니.
[매니저]응? 카나, 무슨 일이야?
[후지타 카나]아니에요. 이 사람, 계속 떨고 있길래 두려워하고 있는 것 같아서요…… 역시 제가 물어볼게요.
[후지타 카나]안녕하세요, 악의는 없어요. 단지…… 으아앗, 왜 우는 거예요?!
카나가 입을 열자마자, 구석에 몰려 있던 복면 마스크는 갑자기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자포자기 상태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 ? ?]흑흑흑, 카나…… 카나쨩…… 미안해…… 흑흑흑……
[후지타 카나]그만 그만, 울지 마요. 얼굴까지 다 부었네요, 어서 눈물 닦아요. 더 이상 울었다간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구요.
소녀의 배려심 깊은 위로의 목소리에 복면 마스크는 드디어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서서히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이 복면 마스크의 정체는 바로 중학생이었다.
[후지타 카나]에……?
[중학생]이 일은 친구와의 장난에서부터 시작됐어요, 그때……
중학생이 한바탕 설명을 마친 끝에, 나는 드디어 이 이야기의 퍼즐 조각을 맞출 수 있었다.
중학생과 그의 친구는 카나의 팬이었고, 두 사람은 같이 카나인척 하는 계정을 만들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로써 ‘아이돌’과 직접 대화한다는 꿈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장난삼아 채팅 기록을 공개했는데, 그게 마침 카나의 안티들에게 걸려들었다. 사건이 점점 커지자 파파라치가 장난으로 만든 모방 계정을 진짜 카나의 부계정으로 착각하고, 사진으로 거액의 금전을 요구한 것이다.
중학생은 직접 만나 설명을 하려 했지만, 그와 만나자마자 진짜 후지타 카나에게 발각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이렇게 큰 폐를 끼친 사실에 대해 미안한 마음에 결국 도망을 선택했다.
[중학생]죄송해요, 카나쨩…… 나, 나는……
[후지타 카나]괜찮아.
[player]엥?
[후지타 카나]넌 카나한테 해를 끼치려던 게 아니잖아, 사진이 유출된 뒤로 오해를 막기 위해서 캣챗 계정도 삭제했고, 네가 다른 사람한테 해명하려던 것도 이미 봤고 말이야. 그리고 일이 이렇게 커진 것도 네가 원한 바는 아니었겠지.
[후지타 카나]모든 게 오해였으니까, 당연히 용서해야지. 게다가 넌 나의 팬인걸, 아이돌로서 조금 관대할 필요가 있지.
[중학생]하지만…… 파파라치를 잡지 못했잖아요. 정말 못된 인간이에요. 저한테 카나랑 관련된 조작 사진도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만약 제가 말을 안 들으면 고의로 조작된 사진을 더 많이 유포해서 스캔들을 계속 터뜨린 다음 카나를……
[후지타 카나]그건 걱정 마, 매니저 언니가 잘 처리해 주실 거야. 그렇죠?
소녀가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이자 매니저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마를 짚었다.
[매니저]넌 정말 답이 없구나. 어쨌든, 학생. 학생은 나랑 같이 우리 회사에 한번 들러야겠어요, 공식 발표에 협조해 주세요.
[중학생]네네, 당연하죠.
이후 영화관의 문을 나서고 나서야 저녁이 다가온 것을 깨달았다. 마치 우리의 사건 해결을 축하하듯, 저 멀리 저녁노을에 붉게 물든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카나를 데리고 돌아가는 길. 하지만 항상 쾌활했던 소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player]카나, 무슨 일 있어?
[후지타 카나]음…… PLAYER, 혹시 나한테 또 잘못된 부분이 있었는지 생각하고 있었어.
[player]응?
[후지타 카나]오늘 일은 비록 오해였다지만, 결국 간단한 사건이 모두가 다 알게 될 정도로 퍼지게 된 건 최초에 나쁜 마음을 먹고 퍼뜨린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잖아.
[후지타 카나]모든 아이돌에겐 '안티'가 있다는 걸 알지만, 그건 우리가 반드시 겪어야 하고, 또 짊어져야만 하는 거잖아. 그래도 괴로운 걸 참을 순 없어…… 어째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카나를 미워하는 걸까?
[후지타 카나]처음 무대에 올랐을 땐, 그저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싶어서였어.
카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목소리에선 작은 떨림이 느껴졌다.
여고생 아이돌이란 타이틀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것은 빛나는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말 못할 고뇌들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player]이 세상에선, 네가 아무리 잘 해도 결국 누군가는 불만을 품게 될 거야.
[player]네가 아무리 착하다 해도, 누군가는 네가 그다지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네가 따뜻한 사람이긴 하지만 별로 쾌활하진 않다고 여길 수도 있을 거야.
[player]모든 것을 쏟아부어 환심을 사려 해도, 아무리 따듯하게 사람을 대해도, 누군가는 너를 눈엣가시 대하듯 대할 수도 있어. 심지어 너를 질투해서 헐뜯고, 끌어내리려는 사람도 있겠지.
[player]왜냐면 누군가에 대한 좋고 싫음은 사실 네 자신과는 별 관계가 없는 법이거든. 그런 건 단지 타인의 주관적인 느낌일 뿐이야. 그러니 네가 해야 할 일은 오직 자신을 더 빛나는 진주가 되게 가꿔서 모든 사람이 너의 아름다움을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거야.
태양이 지평선 밑으로 떨어지며 거리의 불빛이 들어왔지만, 완전히 햇빛을 대신할 수는 없었다. 석양 아래, 후지타 카나의 눈은 무척이나 빛나 보였다.
[후지타 카나]더욱 빛나는 진주가 된다라……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후지타 카나]다른 사람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대하다 보면, 모두들 언젠가 나의 빛나는 부분을 보게 될 거야.
[player]바로 그거야, 카나. 좋은 자세인걸.
[후지타 카나]그럼…… 지금 바로 연습실로 돌아가서 콘서트 안무를 더 연습해야겠어!
[player]……?
[후지타 카나]이번 콘서트는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 그건 팬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너 때문이기도 해. 매번 지치고 힘들 때마다 네가 옆에서 날 격려해 줬잖아. 그러니까, 나는 널 위해서 더 노력할게!
하늘 끝의 노을이,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꽃처럼 소녀의 얼굴을 붉게 비췄다.
그 순간 나는 무심코 주머니 속의 티켓을 짚어 보았다. 이건 더 이상 아이돌과 팬의 단순한 만남이 아니었다, 더욱 깊어진 나와 카나 사이의 약속이었다.
[player]응, 나도 믿고 있어. 카나는 반드시 해내고 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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