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PLAYER, 여기야, 여기!
카나 덕분에 소속사를 자주 들락거리던 나는 그곳 사람들과 제법 친분을 쌓게 되었다. 어떨 때는 직원들이나 W.I.N의 다른 두 멤버들에게 도움을 받는 일도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스태프를 따라 주최 측 통로를 통해 콘서트장에 입장한 나는, 다른 팬들에 비해 몇 시간 앞서 '레인보우 콘서트'의 준비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수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은 이미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분홍색, 빨간색, 파란색. 각기 다른 세 명의 멤버를 상징하는 응원 컬러가 겹쳐지며, 아이돌만의 활력과 넘치는 열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나는 손을 흔들며 미야에게 인사한 뒤, 발밑에 어지럽게 얽힌 케이블들을 조심스럽게 피해가며 VIP 관중석의 가장 앞줄로 가 그녀 옆에 앉았다.
[player]지금 마지막 리허설 중이라고 들었는데, 왜 카나 혼자 무대에 있는 거야? 너하고 아카네는 안 올라가?
[미야]이 곡은 리더의 솔로곡이니까. 그래서 카나가 매니저 언니와 상의해서 동작을 한번 더 맞춰보겠다고 했어. 조금 더 일찍 왔다면 우리 리허설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지. 그래도…… 가장 화려한 무대를 마지막에 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
[player]음, 그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는걸.
[미야]히히, 리더 말로는 네가 전에 엄청 맛있는 치킨을 사줬다고 하던데, 나한테도 사 주면 정보를 조금 유출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지도…… 아앗!
미야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아카네가 이마를 가볍게 쳤다. 그녀는 미야의 공허한 시선을 무시한 채로 무대로 눈길을 돌렸다.
[아카네]쉿! 카나의 리허설이 이제 곧 시작해.
난 허리를 곧게 펴곤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무대 위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실수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 요정 같았다.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흔들어 놓고, 가장 충성스러운 자에게 축복을 내려줄 것만 같은 그런 요정 말이다.
난 카나가 춤으로 만들어 낸 세계에 금세 빠져들었다. 귓가에 박수 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겨우 무대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미야]유후, 화려하네! 리더에게 박수~~!
이윽고 관중석의 갈채가 카나의 주의를 이끌었다. 그리고 그녀는 무대 밑에 서 있는 날 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손짓했다. 이제 곧 매니저에게 가서 모니터링을 해야하기 때문에 지금은 나에게 인사를 하러 갈 수 없다는 의미 같았다.
[player]괜찮아, 지금은 당연히 콘서트가 더 중요하지. 다 끝내고 와.
[아카네]같이 가자.
[player]응?
[아카네]무대 위 퍼포먼스라면 카나는 분명 우리 그룹에서 최고의 아이돌이야. 그러니 나랑 미야도 카나를 보면서 배울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너도 좀 더 카나랑 가까이 있고 싶잖아?
턱을 받치고 있던 아카네는 무의식중에 카나의 발끝을 쫓고 있던 나의 눈빛을 캐치하고선, 날 위해 핑계를 찾아 주는 동시에 옆에서 짓궂게 웃고 있던 미야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다.
그리고 난 조금 민망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고는, 두 사람의 짓궂은 눈빛을 피해 황급히 도망쳤다. 이어서 등 뒤로 사이 좋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후지타 카나]매니저 언니, 이 포즈를 취할 땐 카메라 감독님께 풀샷으로 찍어 달라고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매니저]그러네, 무대 조명이 있어서 동작이 더 시원해 보일 것 같아. 피디님, 이 부분 체크 부탁드려요.
[후지타 카나]음…… 그리고 여긴 제가 포지션을 조금 벗어났네요…… 주의할게요.
[매니저]인이어 볼륨은 괜찮아?
[후지타 카나]지금 딱 좋긴 한데, 그래도 현장에서는 관중들 소리도 들릴 테니까 좀 더 높여도 괜찮겠어요.
[매니저]그럼 관객들이 입장하면 상황에 맞춰서 다시 조정하자. 아카네, 미야. 너희들도 주의해.
[후지타 카나]네. 그리고 매니저 언니, 제 생각엔……
나는 리허설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스태프들 뒤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대화를 통해 모두가 이번 콘서트를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카나는 녹화된 한 장면 한 장면을 자세히 관찰하며, 매니저, 촬영 감독과 함께 더 나은 방안이 있을지 논의했다. 이번 투어의 첫 공연인 만큼 더욱 신경 써서 모든 면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 주기 위함인 것 같았다.
[후지타 카나]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죠, 전 이제 준비됐어요.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와르르 쏟아지던 전문 용어 '폭격'이 마무리되고 드디어 내가 기다리던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이 나와 카나의 여유로운 만남을 허락한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소녀는 간단하게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쳐내곤, 바로 고개를 돌려 그룹 멤버들을 무대 위로 올려 보냈다.
[후지타 카나]미야, 아카네. 이제 너희들이 리허설할 차례야. 미야는 무빙할 때 타이밍에 주의하고, 컷에 너무 욕심내진 마. 아카네는 카메라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줘, 특히 카메라 감독님이 클로즈업으로 전환할 때 말이야.
[후지타 카나]맞다, 이 곡에선 승강기를 사용할 거야. 안무 선생님한테 지도받은 게 우리가 마지막에 확정한 안무 맞지? 그리고 설비도 다시 점검해 봐야겠다……
내가 봐오던 카나는 항상 애교가 가득하고, 해맑게 웃던 활발하고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진지한 모습의 카나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옆에 있는 매니저와도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공연을 위해 이렇게 많은 것들을 확인해야 하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소녀의 계속되는 요구에 나까지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후지타 카나]아, 맞다. 그리고 팬들한테 나눠 줄 응원봉, 이것도 점검해 봐야지! 지금 바로……
[매니저]잠깐만, 카나.
매니저가 카나의 팔을 잡으며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매니저]카나. 콘서트 감독이나 스태프들의 일을 돕는 것보다도, 일단은 휴식을 취하는 게 더 중요해.
[매니저]미야랑 아카네의 리허설은 내가 계속 지켜볼 거야. 무대 설비 쪽도 엔지니어들이랑 같이 점검할 거고.
[매니저]너 지금 너무 긴장하고 있어. 이 상태로 무대에 오르면 오히려 불안만 커질 뿐이니까 대기실에서 좀 쉬도록 하자. 무대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줘야지.
역시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전설적인 매니저다웠다. 그녀는 한눈에 오늘 카나의 컨디션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후지타 카나]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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