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니노미야 하나랑 얘기할 때, 아사바 고등학교에 '아이스'라는 매우 유명한 해커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사바 고등학교 홈페이지에 인터넷 기술 관련 질문을 올리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아사바 고등학교
이치히메랑 아사바 고등학교에 와서, 화단을 관리하고 있던 니노미야 하나를 만났다.
[player]안녕, 니노미야.
[니노미야 하나]당신이었군요, PLAYER. 이렇게 저를 찾아온 건 제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죠.
순식간에 목적이 들킨 탓인지, 왠지 도와달라고 말을 하기가 민망해졌다.
[이치히메]주인, 이 사람이 바로 그 도움을 줄 수 있다던 친구냥?
[니노미야 하나]아, 역시 도움이 필요하신 거군요.
[player]……
[니노미야 하나]나쁜 분은 아닌 것 같으니, 이번만 특별히 도와드리도록 하죠.
[player]아이스랑 연락해 보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
[니노미야 하나]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아이스에겐 자신만의 규칙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라면 돕지 않을 거예요.
[player]헛소문을 퍼뜨리는 나쁜 웹사이트를 찾아보려는 거야.
고양이 요괴 사건과 관련된 웹사이트를 열어 니노미야에게 보여 주었다.
[니노미야 하나]사람들은 갈수록 멍청해지네요. 이런 근거도 없는 헛소문에 휘둘리다니.
니노미야 하나는 핸드폰으로 학교 웹사이트에 접속해 잔뜩 화가 난 채로 게시글을 올렸다.
그런데 옆에 있던 이치히메는 어느샌가 꽃잎에 앉아 있는 나비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설마 자기 때문에 우리가 이러고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니노미야 하나]답장이 왔어요!
삼십 분 뒤, 니노미야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왔다.
적혀 있던 것은 한 좌표와, 길거리 CCTV로 보이는 사진이었다. 사진 속 청년은 캡 모자를 쓰고 있던 탓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빨간색으로 '19:30'이라는 시간이 적혀 있었다.
지도에 좌표를 검색하자, 'LULLABY'라는 바가 나왔다.
[player]바인가…… 미성년자는 출입 금지였지, 아마……
[니노미야 하나]후후후후……
니노미야는 코에 걸친 안경을 고쳐 쓰고, 입꼬리를 올리며 기이한 웃음을 흘렸다.
한 시간 뒤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웨이브 가발을 쓴 니노미야, 촬영장을 잘못 찾은 연예인마냥 땅에 끌리는 긴 비치 원피스를 입고 커다란 밀짚모자에 선글라스를 쓴 이치히메와 LULLABY로 갔다.
[???]어서 오세요, LULLABY입니다.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는데, 젊은 바텐더가 다가왔다.
[???]나는 시노미야 나츠키라고 해. LULLABY의 바텐더지.
친근하게 자기를 소개한 시노미야 나츠키는, 우리를 구석진 자리로 안내했다.
잠시 후, 그는 우유 세 컵을 가져왔다.
[player]우유는 안 시켰는데요?
[시노미야 나츠키]애기들은 우유를 마셔야 쑥쑥 큰답니다~ 그리고, 바는 원래 미성년자 출입 금지야. 다음에는 안 봐줄 거라구.
시노미야 나츠키가 능글맞게 웃는 것을 보니, 우리의 변장이 들켰나 보다.
[니노미야 하나]이런. 제 변장은 언제나 완벽했는데, 어떻게 눈치챈 거죠!
니노미야는 시노미야 나츠키 뒷모습을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n그때, 이치히메가 곁으로 슬쩍 다가와 내 앞의 우유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치히메]주인, 이치히메의 도움이 필요한 거냥?
나는 그제야 이치히메가 진작 우유를 다 마셨다는 걸 알아챘고, 어쩔 수 없이 내 우유를 양보해 주었다.
우리가 바에서 수다를 떠는 동안, 벽시계는 천천히 '19:30'을 향해갔다. 그때, 한 남자가 노트북을 가지고 바에 들어왔다.
딱히 특별한 건 없는 평범한 청년이었다. 익숙한 듯 우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펼쳤다. 마침, 내 자리에서 노트북 화면이 보였고, 이치히메에 관한 헛소문이 떠도는 그 웹사이트가 비쳤다.
[player]저놈이다!
[이치히메]냥!
[니노미야 하나]잠깐만요, 여긴 공공장소니까 너무 시끄럽게 하진 마세요.
니노미야는 막 앞으로 달려 나가려던 이치히메와 나를 잡아세웠다.//n다행히도 상대는 오래 머물 생각이 없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조한 모습으로 바를 떠났다.
우리는 바로 따라나갔고, 인적 없는 골목길에서 그를 막아섰다.
[이치히메]냐앙! 이 자식, 빨리 노트북을 내놓으라냥! 냐아앙!
[니노미야 하나]들었지?! 험한 꼴 보기 전에 어서!
[player]……
그 남자를 막아 서자마자 이치히메와 니노미야가 무섭게 달려들었다. 망나니 같은 기세에 남자는 구석에 웅크리고 날 쳐다보았다.
[player]그게…… 죄송하지만, 노트북을 좀 확인하고 싶어서요.
[남자]무, 무슨 짓이야! 난 가진 거라곤 이게 전부라고. 뭐라도 뺏어갈 생각이라면……
[player]……그냥 본론부터 말하죠, 이 웹사이트, 당신이 만든 건가요?
핸드폰으로 보여 주자, 아니나 다를까, 남자의 얼굴색이 변했다.
[남자]내, 내가 만든 거야.
남자는 의외로 순순히 인정했다.
[player]왜 이런 짓을 한 거죠?
[이치히메]냥! 어째서 이치히메가 요괴라고 헛소문을 내는 거냥! 마구 할퀴어 버릴 거다냥! 내 발톱엔 독이 잔뜩 묻어 있다냥!
이치히메가 남자 얼굴 쪽에 발톱을 휘두르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
[남자]미안, 일부러 그런 건 아냐. 그냥 어쩌다 혼천 신사에서 네 고양이 귀랑 꼬리를 봤는데, 어릴 때 들었던 고양이 요괴 전설이 떠올라서 그냥 장난삼아 만들어 봤어. 근데 나도 그렇게……
[니노미야 하나]그렇게 많은 바보들이 믿을 줄은 몰랐겠죠.
[남자]마, 맞아. 사실 이런 황당한 얘기를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꽤 신기하기도 했어.
[니노미야 하나]신기할 것도 없죠,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이런 소문을 좋아하니까요. 괴상할수록 더더욱요.
[남자]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player]웹사이트에 해명문과 사과문를 올리세요.
[남자]알았어.
일이 이토록 쉽게 해결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이치히메도 꽤나 만족한 모양이다.
[player]이치히메, 이렇게 놔줘도 괜찮겠어?
[이치히메]냥? 일은 다 해결된 거 아니냥?
[player]그치만 이것 때문에 상처받았잖아.
[이치히메]냐앙…… 이치히메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보호하려고 중앙 공원에 간 거였다냥. 고양이 요괴가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치히메 목표도 달성한거다냥~
이치히메의 미소는 티 없이 맑았다. 고양이 귀와 꼬리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겼지만, 이 소녀의 마음씨는 누구보다도 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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